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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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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바위 보를 하는 부부


BY 雪里 2001-12-06


"이럴때 리모콘이 있으면 얼마나 좋아!"

오늘도 가위,바위,보에서 진 남편은
일어나기 싫어서 끙끙대며
겨우 몸을 세우고 전기 스위치를 누른다음,
유난히도 까만 시골의 밤을 더듬거린다.

잠자리에 들면서 전깃불을 끄는 일로,
또는 가끔 심부름을 시킬 일이 생기면,
중년의 부부는 자주 가위,바위,보를 하곤한다.

그일이 귀찮아서 보다는 재미로하는 것으로
그짓은 잠깐동안 부부를 즐겁게 해주기도하고
통쾌감을 맛보게도 해 주기 때문이다.

언제 부터인지 마누라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짓에
당하는건 남편이다.

"가위,바위,보!"
구령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불쑥 내미는 손은 주먹.

몇번을 반복해야 한번쯤 가위가 나오고 보가 나오는
남편의 손은 주먹만 익숙해 있어서,
마누라는 손바닥을 쫙 펴서 내밀기만 하면
항상 몇분의 편안함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한번쯤 이겨 보리라고 시간을 끌며 따지고 있으면
여우같은 마누라의 머리는
몇번의 계산을 먼저 끝내고
어색한 가위앞에 주먹을 내밀며 웃어제끼니
도저히 당할 도리가 없는거다.

졌어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것까지 만사가,
여우인 마누라가 자기를 홀렸기 때문이라고
남편은 그리믿고 살고 있다.

오늘도
이겨서 기분좋은 마누라와
져도 기분이 나쁘지 않은 남편 둘이는
칠흑같은 천정에 시선 보내놓고 아주 편히 나란히 누우니
두사람의 마음만 살짝 가슴에서 빠져나와
허공에서 만난다.

"큰애가 직장 생활을 잘 할까?"
"이번 주말엔 내려와서 기말 고살 본댔어요"
"작은놈이 영어로 말을 많이 하고 있으려나?"
"지 이모가 한국어는 사용 안한댔어요"

한참을 얘기하다보면,
착하고 정확한건 모두가 본인들을 닮은 거고,
융통성 없고 답답한건 전부 상대편을 닮아 그렇다고
우기고 떼를 쓰지만
단한번도 정확한 답을 내본적이 없는 부부다.
그러다가 이내 조용해 진다.

겨울이라 너무 춥다며
창문앞에서 동동거리던 바람이
두번씩이나 닫힌 문짝에 기가죽어
가던길 재촉하느라 쎄쎄거리며 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