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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대학은 동서시집살이로...


BY 남상순 2000-08-01

인생대학은 동서시집살이로...

시댁은 아들이 7명이다. 남편은 여섯째 아들, 그러니까 나는 여섯째 며느리인 셈이다. 친정은 딸만 8명인데 내가 장녀이니 대장인데 시댁에선 졸병인 셈이다. 7명의 며느리 중에 대학출신은 나 혼자이다. 만4년간 부산에서 두 동서 곁에 살았다.

둘째 동서는 18세에 시집오셔서 내 남편의 어린시절을 모두 알기 때문에 종종 남편의 어린시절을 이야기 해주신다. 셋째 동서는 바로 옆집에 살았다. 둘째와 셋째 다 항해사(마도로스?)셔서 당시 재정적으로 넉넉하셨다.

두분 동서는 유난히 깔끔하고 청소를 어찌나 잘하시고 음식도 잘하시는지 공부 한답시고 제대로 살림도 배우지 못한 나로서는 주눅이 들었다. 시집살이 시키신 적도 없는 동서시집살이를 스스로 하느라 눈치보기 바빴다.

한 번은 망내 동서가 홍합을 다듬는데 털을 떼지 않고 씻어 놓은 적이 있었다. 얼마나 흉을 잡혔는지 모른다. 나는 겁이 났다. 어찌하면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연구검토한 끝에 첫째, 무조건 설거지와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거다. 조금 발전하면, 콩나물 빨리 다듬기! 정도로...공연히 잘 못 일을 저질렀다가 난처한 지경에 이르면 자존심을 다칠테니까...더구나 간을 보는 일등은 최종 책임을 져야하므로 ...절대로 기권! 해도해도 쏟아져 나오는 설거지는 내 차지!
둘째 작전! 최후의 한 사람이 앉기까지는 엉덩이를 땅에 붙이지 않는다. 요게 동서시집살이의 양대 작전이었다.

열심히 형님들 하는 것을 눈여겨 배우면서 만4년을 버티었다. '날 잡아 잡수!'하고 설거지하고, 끝까지 버티니까 드디어 4년후에 나에게 붙여진 훈장은' 대학을 나와도 인천숙모만 같으면 괜찮다' 는 말이었다.

나도 무척이나 철부지였다. 조기 이야기를 해야겠다. 늘 잔치집처럼 조기를 소쿠리에 무척 많이 구워 놓았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은 밥상에 조기가 올라오면 아무도 먹지를 않는거다. 나는 '부산은 생선이 흔해서 안 먹는가 보다' 고 생각하고 혼자서 열심히 맛있게 먹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여자들은 남자들이 다 먹고난 후 대가리나 찌끄러기를 먹어야 하는 것이 시댁 풍속이었다. 나는 그것을 몰랐다. 친정에서 응석바지에 맏이라고 대접만 받아서 할아버지 상에 앉아 밥을 먹는 특권층이었던 것이다. 나는 시댁에서 뻐젓이 조기를 사정없이 먹어댄 것이다. 동서들이 얼마나 기가 막혔을까?

훗날에 '동시야!(동서) 니(너) 지금도 조기 잘 묵나?' 하고 물으신다. 그제야 알게 된 사실! 얼마나 창피하던지...눈치없이 조기를 날름날름 집어 먹은 것이 동서들 눈에 얼마나 가시가 되었을까? 아니 얼마나 철부지로 보았을까?

좌우간 대학 나온 철부지가 대학 안나오신 동서들 줄에 줄서기까지 인생공부 많이 했다. 하지만 동서들과 깊어가는 정에 나도 사람 많이 되었다. 이제 생각해보면...학교에선 이런거 배운 적이 없질 않던가? 인생대학은 동서시집살이로! 안그런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