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후 몇년의 세월이 흐르고 나는 새로 집을 장만했다.
집들이란 명목하에 여직원들을 초대한 적이 있었다.
그녀들은 구석 구석을 둘러 보며 이런 저런 평을 늘어 놓았다.
그리고는 있는 솜씨 없는 솜씨 내어 차린 상에 앉아
그런데로 맛있게 먹는 모습을 내게 보여주었다.
그 중 어떤이는 이제까지 먹고 살기에 바빠서 집안 꾸미는 일을
너무 등한시하며 살았다고, 나는 왜 그리 살았는지 모른다고 했다.
시간은 누구에게나 동등하게 주어져 있지만,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가는가 하는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자유권한일게다.
자신의 사는 공간에 누군가를 초대하는 일은
어찌보면 자신의 사적인 생활을 그대로 노출시키는 일이 되어
상당히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그러나 난 그녀들과는 오랜 세월 한 직장에서의 친분이 있었기에
정말 아무런 부담없이 초대한 것 뿐이었는데, 받아들이는 측에서는
다분히 자극이 될 수도 있었음을 그 후에야 알았다.
사람사는 모습은 다 거기서 거기 비슷하다고 생각하여
나는 별 꺼리낌없이 생각하였는데, 그네들의 이야기를 들으니
그렇지도 않은건지 그 후에도 한참동안이나 집안을 참 잘 꾸몄네,
어쩌네 하는 이야기가 나에게 들려왔다.
물론 흉이 아니고 그것이 칭찬이라면 다행스런 일이겠지만,
자신의 생활이 고스란히 노출되어 계속 입에 오르내린다는 자체는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었다.
그날 우리집에 왔던 그녀들 중 한 이는 그날 이후에
그녀의 이웃에 사는 이에게도 그런 일련의 이야기들을 했나 보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이웃집 여자의 남편이 울 남편과 전부터
친분이 있는 사이라고 했다.
그래서인지 더더욱 시시콜콜한 이야기까지 다 하게 되었나 보다.
왠지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내 생활이야기가 전해진다는 일이 좀 그랬다.
그집 남편은 그간의 이야기를 들은 게 있으니,
울 남편에게 업무상 전화통화를 하다가 초대를 한번 하라고 했던 모양이다.
평소 친분이 있는 친구 부부라면
그냥 편안하게 한번 놀러 오라고 하겠지만,
그것도 본인이 내켜서 언제든지 대환영일 때
화기애애한 분위기속에서 대화가 되지 않을까 싶다.
남편도 슬슬 한번 초대하고 싶다는 의사를 비친다.
그래 ... 한번 오라고 하지 뭐...
아무렇지 않게 그는 말한다.
남편과 나의 차이점은 바로 그런게 아닌가 한다.
나는 자신의 사는 모습을 누군가에게 보여줄 때 좀 부끄러워 하고,
남편은 그냥 아무렇지 않게 이 사람 저 사람 데려 오기 좋아한다는 거다.
남편의 초대 의사를 듣고서 집안을 이리 저리 둘러본다.
뭐 그리 대단하게 내세울만치 잘 꾸며졌거나, 화려하지는 않지만
나름대로 사소한 거 하나 조차도 내가 정성껏 고르고,
장만한 물건들이니 나름대로의 소박함이 있기는 했다.
그런데도 나는 머뭇거리고 있다.
그것은 아마도 여자들의 말 ... 그 말들 때문인 듯 했다.
비슷한 수입을 얻고 있다고 해도 저마다 사는 모습은 다를 수 있다.
사람마다 추구하는 부분이 다 다르니까...
중점적으로 돈을 쓰는 부분이 어디인가에 따라 많이 다르게 나타날
수 있는게 아닌가 한다.
누군가에게 초대를 받는다면, 좋은 이미지, 좋은 기억만 안고서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이의 뒷모습은 참 아름다울 것 같다.
때론 그곳에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갈 수 있었으면 참 좋겠고,
집주인인 그녀가 예전보다 좀더 친근하게 느껴질만큼만 격의없는
대화가 오고 갈수 있다면 ...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머지않은 날에 나는 남편의 청에 따라 그이들을 초대해야 할지 모른다.
아무런 부담감 없이 나를 아는 이들에게 내 사는 공간을 편안하게
보여줄수도 있는 자신감이 내게 있었으면 좋겠다.
다른이들의 시선에 부끄러움을 느낀다는 일 조차 내게 플러스적인
요인이 되어 내 사는 공간에 윤기를 더해줄 수 있다면
가끔씩이라도 사람들을 초대하는 일은 생활의 활력소가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더 많은 이들에게 마음을 열어 보일 수 있다는 건
의미있는 일일 것 같다.
항상 내가 더 많이 주면서 살아야 한다고 하면서도
왠지 모르게 안으로 움츠러 드는 나를 느낀다.
세상으로 부터 묻은 먼지와 때를 가볍게 날려보내고,
조금쯤은 단순한 마음으로 나를 아는 사람들과 만나고 싶다.
그리하여 많은 이들과 친구가 될 수 있는
2002년 나의 한해는 그랬으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