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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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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박눈 내린 날(2001/12/3)


BY 얀~ 2001-12-04

첫눈이라고 말하고 싶다, 살짝 내린 눈이 아닌 몇 시간을 펑펑 내렸으니.

젊은 연인들은 전화에 매달려 설렘을 말하고 약속을 했을 것이다.
연인이 없는 사람은 쏟아지는 눈을 원망했었을까? 비나 눈이 오지 않
아 가뭄을 걱정했는데 펑펑 쏟아진 눈이 고마우면서 서른 다섯 12월
의 옷을 벗을 준비를 해야한다.

남편에게 첫눈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눈오니 우리 일찍 문 닫고
거리로 나가자 했다. 눈오는 날엔 차를 가지고 나서는 건 안 좋다고
한다. 포크가 아닌 말로 콕콕 찔러본다. 자극을 주면서 데이트를 유
도했고, 둘이서 팔을 잡고 내리는 눈 속을 걸었다.

결혼 10년이다. 오래 살다보면 부부는 닮아가고 미운 정, 고운 정
다 생긴다 했던가. 돌아보면 그동안의 모든 것을 웃으면서 말할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 갈비집에 들어가 밥을 먹으며 말을 하며 술을
나누고, 힘겹고 괴롭던 일들이 안주가 되어 시간을 잊어버린다.
빈 몸으로 결혼을 하고 지금까지 살아온 날과 앞으로 살아갈 날을
말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우리 그런 시절도 있었는데, 앞으로도 잘
견디면 돼. 뭔들 무섭겠어. 그렇게 희망을 마신다.

새벽, 소나무가 눈을 소복이 이고 서있다. 말이 없는 나무가 좋다.
잠시 생각을 정리하고 싶을 땐, 소나무를 바라본다.

낮에 첫눈이라, 짤막한 전화 통화를 했다. 전화보단 이메일이 편하고
격려와 힘을 주는 분에게. 손톱에 봉숭아물이 희미하게 남아 있지만,
첫 사랑에 대한 추억은 선명하단다. 내년엔 봉숭아물들이고, 첫눈이
오면 추억을 나눌 친구도 만들고 싶다. 낭만을 느끼고 싶다.

눈이여, 고장난 마음을 손질하고 봇물 터지듯 감동을 느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