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길을 가다가 보게되는 주체할 수 없이 뚱뚱한 미스들.... 몸관리를 안하는 아가씨들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었다. 고우디 고운 나이에 살은 왜 그리 많이 붙이고 다니는지 그건 순전히 게으른 탓이라 생각했었다. 여직원을 구한다는 광고를 보고 이력서를 들고 나타난 그녀.... 말수없이 얌전한 오동통한 그녀였다. 뚱뚱하다고 볼 수 있는.... 그래도 옷가게에서 일하려면 옷맵시가 뛰어나 그집 옷을 입고 소위 모델이 되어야 한다고 한다. 오는 손님이 보고 살수 있게끔 뽐내야 한다는 말이다. 어디 그녀의 모습에서 그런걸 기대할 수 있으랴. 단지 이력서에 쓰여진 2년의 경력, 한 곳에서 오래 근무했었다는 성실감 하나로 우린 그녀를 채용했다. 요즘 아이들은 한 곳에서 오래 머무르려 하질 않는다. 힘들어서....급여가 약해서....맘에 안맞아서..... 이유는 많다. 개업 전부터 나와 함께 일하게 된 그녀의 나이는 22세, 수많은 옷가게에 이력서를 넣었지만 계속 퇴짜를 맞았다 한다. 단지 뚱뚱했기에???? 섣불리 결정내릴 일은 아니지만 20여일을 같이 일하면서 난 사람을 잘 선택했다는 생각을 했다. 말수는 없지만 성실하면서 악의라고는 찾을래야 찾아볼 수 없이 착한 그녀였다. 말끝마다 저두요..저두요 하면서 내말에 장단을 맞추며 너무 나하고 닮았다고 좋아했던 그녀, 내가 생각해도 나하고 닮은점이 많은 그녀다. 그런 그녀에게서 오늘 난 충격적인 소식을 들어야 했다. 손님이 뜸했던 오후 무렵, 병원에 약을 타러 갔다 온다며 나갔었다. 17세때 뇌수종을 앓아 대수술을 거치면서 지금까지 약을 복용해 온 그녀였다. 후유증도 없이 깨끗이 나아 아무런 병치레도 없이 지금껏 잘 지내왔다고 했었다. 저녁나절 밥을 먹고 난 후 이런 저런 얘기를 하다가 갑자기 "저..산부인과에 갔다 왔어요"한다. 두어달 전부터 아랫배가 아퍼서 참고 있다가 오늘 큰맘먹구 갔다 왔는데 난소에 혹이 생겼다고... 아무에게도 말도 못하고 속으로만 끙끙 앓는 그녀의 성격에서 어찌보면 미련할 수도 있고 어찌보면 엄마없이 커 오면서 안으로만 삭히려는그녀를 생각하니 불쌍하기 그지없었다.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던 의사가 무지 미웠다는 그녀...... 속상하다면서 눈물을 보였다. 내 일인듯 안타깝고 그녀의 눈물을 보면서 엄마가 있었으면 저런 아픔은 없었을터인데 하는 생각에 나또한 가슴뭉클함을 어쩔수 없었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두 자신의 할말을 다 하지 못하고 사는 그녀가 안타깝기도 하고 엄마없는 설움이 저런것일까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해 살면서 남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 몸이 아프면 생각나는 사람이 엄마일진데.... 엄마 생각이 얼마나 났을까.... 아빠가 무척이나 가정적이어서 자식들 사랑을 듬뿍 내 쏟고 있지만 그래도 엄마의 빈자리는 아빠의 사랑으로도 채우지 못할 것이다. 사랑하는 아빠에게조차 알리지 못한다는 걸 보니 그녀의 내성적인 성격에 답답하기도 했지만 그녀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것 같았다. 빨리 모두에게 알리고 큰 병원에 가보라는 말밖에는 달리 할 말이 없었다. 일찍 집으로 돌려 보내고 들어온 지금도 그녀 생각에 마음이 착잡하다. 아랫배를 누르면 아프다고 할 정도라고 했는데........ 걱정된다. 아무일 없어야 할텐데...... 착하고 순한 그녀에게 왜 그런것이 생기는 것일까. 내일부터 그녀가 나오지 않는다면 나역시 큰 불편함이 있겠지만 그런 그녀를 그냥 놔둘수가 없었다. 지금쯤 식구들 모두가 알게 되었을까? 아니면 또 혼자 삭히고 있는것일까? 제발 아무일 없이 건강한 몸으로 출근해 밝은 미소로 나를 반겨줄 날이 계속 되길 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