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그냥 저냥 슬기롭게 지나가는 것 같은 것이 있다.
이상하게도 기분이 저조하거나 괜히 우울해지는 것 같고
그이나 아이들에게 짜증이 좀 다른때와 달리 자주 나온다 싶으면
영락없다.
(1)
오늘 아침...
남편과 아이들 아침 챙기고 나 출근 준비하고 설겆이에 대충 집안치우고 나오려면 그야말로 1분 1초도 아까울 정도로 종종거리게 된다.
시간절약하느라 그간 어깨 좀 넘는 길이의 머리도 드라이시간 아까워
과감하게 잘라 버렸다.
그렇게 부산을 떨며 시계를 연신 쳐다보며 준비하고 있을때
작은 아이 빈이가 느닷없이 말한다.
"엄마, 나 오늘 아람단 단복입고 가야돼요.. 오늘 해단식한대.."
아이 옷장에 걸려 있는것을 꺼내 보니 바짓단이 다 뜯어져 있다.
그 바짓단을 꿰매려면 최소한 5분이상...
순간적으로 짜증이 일어났다.
"왜 어제 저녁에 얘기하지 않았니? 엄마 아침에 바쁜거 뻔히 알면서!"
"어제 저녁에 전화받고 깜빡 잊었어..."
빈이가 시무룩하게 말한다.
좀 참으면 되는데 그 바짓단을 꿰매면서 계속 아이를 나무라고 있다.
겨우 마치고 아이가 가고 나니...후회가 밀려온다.
'좀 참을걸....'
아침부터 학교가는 아이에게 좀 심하지 않았나...
겨우 잘다녀오라고 볼에 뽀뽀를 해주고 났지만 이미 아이는 마음이
안 좋았을 것 같다..
따져 보니 역시 주기가 된것 같다..
좀더 심한 내 자신에 대한 회의가 밀려온다.
이런 회의감과 자괴감 또한 그 주기에 빈번하게 발생한다.
마음이 편치 않다.
내가 미리 바지를 평소에 손질해 놓아야 하는건데...
괜히 아이를 나무랬나보다...
(2)
큰 아들 선이가 말한다.
"엄마, 오늘 한문 빠지면 안돼요..? 요즘 너무 피곤한데.."
"왜 피곤 한데?"
"요즘 담임선생님이 매일 남아서 봉사활동기록이다 뭐다 컴퓨터에
입력하고 가라고 하셔서 매일 늦게 와서 학원 바로 갔다 오고 하니까
너무 피곤하고 오늘도 그거 하게 되면 한문갈시간이 늦을텐데.."
"....." (속으로 화가 또 순간적으로 나있다.)
대답을 안하자 선이가 또 묻는다.
"맘대로 해... 가지마...피곤하면..알았지?"
-이 말은 절대 웃는 얼굴로 편하게 하지 않았다.
선이가 학교에 가고 나서 식탁을 보니 식권을 빠뜨리고 갔다.
오늘 점심 굶을텐데...
시간이 허락치 않아 학교까지 가져다 주는 것은 할 수 없다.
선이의 한문과외는 일주일에 두번 하는데 일년만 바짝해서 기본 1800자를 끝내려는 생각으로 보내고 있다.
학년이 좀 더 올라가면 시간이 없을것이고 한자는 꼭 필요하고...
학급회장을 맡고 있는 선이는 요즘 학년말이라 선생님 도울 일이 많은지 다른 아이들 보다 좀 늦게 온다.
그런 이유를 들어 가끔 빠지려고 할때가 있다.
다른 때 같으면 잘 타이르고 얘기를 잘해서 보내는데...
굳이 학교 가는 아이 맘을 무겁게 해서 보낸것 같아 또 속상하다.
식권을 빠뜨리고 간 것도 계속 신경쓰이고...
엄마노릇을 지금 제대로 하고 있는건지 지금 내가 뭐하고 있는건지...
오래전 언젠가 그때가 되면 일주일 전부터 예민해지는 것을 파악한 남편이 심각하게 물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
"몰라...도둑질하는것 보다는 낫지 뭘 그래?"
역시 그말도 쌀쌀맞게 한것으로 기억한다.
학창시절이나 미혼이던 그때...
되돌아 보면 그 주기가 다가오면 역시 가까운 친구나 가족들은
미리 파악하고 피했던것 같다...
남편도 평소와 다른 예민한 모습을 보면 알아차리고 알아서(?)긴다.
지금은 나도 순간적으로 치솟아 오르는 감정을 다스리는 편이고
아...때가 됐구나..하며 스스로 최면을 걸며 조절하는데...
오늘 같이 실패한 날은 영 기분이 좋지 않다.
내 자신의 감정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 것에 대해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것도 이런 현상의 증거다.
다른때 같으면 빨리 벗어나는데...
다른 이들은 이렇게 마음의 혼란스런움을 겪지 않는지...
어떻게 슬기롭게 넘어가는지...
나만 유별난건지...
알 수 없다.
지란지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