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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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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저 사랑 - 1


BY 황소바람 2001-11-29


사람들은 그녀를 '열댓발'이라 부른다.
간혹, 아니 자주 서세원을 닮았다거나
김미화, 전원주를 닮았다거나 하면서
열댓발을 약발 돋게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게는 '댁은 이빨이 튼튼해서 수박은 끝내주게 잘 먹겠슈!'
하고 실실 웃으면서 한마디씩은 한다.
어느새 그 한마디씩 듣는 횟수가 나이 먹는 횟수와
비례한다는 게 엄청 기분 나쁘고 찜찜했다.

이빨교정을 해볼까 하고 치과를 찾았지만
열댓발의 치아는 뼈 자체가 돌출형이라
교정을 해도 거기서 거기라는 의사의 말에
충격을 받기보다는 돈 벌었다고 안도의 숨을 쉬었다.
10대도 아닌 30대에 교정을 하려면
돈이 장난이 아니라고 뻐기면서
보철 낀 이빨을 아무 데서나 드러내고
찬물 먹고도 손거울을 들여다보는 친구가 생각났다.

이빨이 튼튼해서 그 덕에 밥 먹고사는 사람들이야
가장 큰 장점으로 생각하고 밥벌이 수단으로
더 돌출형으로 개발하면서 살지만
서른 살 만기가 되도록 시집도 못 간 열댓발은
전원주, 김미화 닮았네 어쩌네 하는
말만 들어도 밥맛이 싹 가신다.
그렇다고 그 말을 들을 때마다 화를 내려니
시집 못간 노처녀 인간성에 하자 있다고
뚜마담한테 소문나면 시집도 못 가고 보고
죽을까 원통해서 결혼 할 때까지만 꾹꾹 눌러 참는다.

뚜마담에게 배포할 고객전용 작품사진을
만들기 위해 최고로 쉑쉬한 폼을 잡고
거금을 들여서 다각도로 사진을 찍었다.
그녀가 보기에는 엄청 쉑쉬한 사진을
여러 장 구비해 놓고는 있지만
어째 뚜마담이 보기에는 성이 차지를 않는지
고개만 갸웃거리면서 기다리라 카민성 가더란다.

무신 수를 쓰던지 간에 만나게만 해주면
옷 한 벌 해준다꼬
엄마한테 뚜아줌마 쪼매 꼬시보라 했다

어떤 남자든지 일단 데려오기만 해도
옷 한 벌을 해준다는 데도
열댓발의 사진을 본 남자들은
두 번 생각할 겨를도 없이 줄행랑이었다.

그래도 지 잘랐다꼬 고개 빳빳이 들고 다니면서
의기양하게 기다리고 있던 열댓발은
방법을 달리했다.
뚜아줌마 사이에 나도는 아무 영양가 없는
사진을 모두 회수하고 화장발 잘 받는
밤에 약속 시간을 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사진으로는 나의 인간성이 안 보여서 그렇지
직접 만나고 보면 깜박 넘어갈낀데..
열댓발 나온 입으로 남자의 마음을
주물러야 뭐가 되도 될 것 같아서
직접 찾아 나서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