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 모처럼 외출을 했다가
거리에 나뒹구는 노란 은행잎을 보노라니
오랜만에 가슴이 쏴아 함을 느낀다.
왕년에 문학소녀 아닌 사람이 어디 있었겠냐마는
절절 끓는 시인의 시를 노트에 옮겨 적고
시화전에 낼 작품처럼 장식을 했다.
은행잎이나 다른 마른 낙엽을 놓고
스타킹에 잉크를 묻혀서 칫솔로 문지르면
차창 멀리 보이는 눈송이처럼
아련하고 자잘한 무늬가 생기는 재미에
글과 더 가까워져 꿈으로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새삼스럽게 그 때의 꿈을 들먹일 때가 많아졌다.
살아온 날보다 살아갈 날이 적게 남았다는
나만의 계산법에 지레 겁이 나서
뭔가를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문학에 대한 열망이다.
진작에 다가서지 못하고
열망의 끄트머리에 매달려 세월만 보냈다.
먹고살기 바빴다는 말로
용기 없는 자신을 합리화시키면서
빠른 현실에 묻혀 지냈다.
지난여름 방학 때
딸아이의 방학과제물로 동시 쓰기가 있었다.
나의 옛날 돌이키며
아이가 쓴 동시 위에다 칼라 눈송이 장식을
해줬더니 너무 이쁘다고 자꾸 더 하자고 하는 폼이
영판 지엄마를 닮은 모양이다.
나이 들어 나에게 주어진 삶의 무게를 느낄 때
어린 날에 가졌던 꿈이 되살아난다.
밤을 새워 책과 꿈을 안고 버둥거리던 그 때는
모든 게 내 것 인양 팔딱거렸건만
이젠 체력부터 나를 외면한다.
그래도 한 발 한 발 내딛어 가면서
나의 영역을 다져야겠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르다고 하지 않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