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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화단의 감나무


BY ns05030414 2001-11-27

살고 있는 아파트 단지 안에 비교적 나무가 많다.
내가 이 아파트를 사기로 결정한 이유이기도 하였다.
바빠서 아파트를 볼 수 없었던 남편이 계약하던 날 물었다.
화장실이 몇이냐고?
우리가 계약한 아파트와 같은 평수는 화장실이 하나이기도 하고 둘이기도 하였으므로...
나는 모른다고 하였다.
그 것은 관심 밖이어서 자세히 살피지 않았노라고...
어이없어 하며 남편은 물었다.
그럼 무엇을 보고 사기로 결정하였느냐고?
아파트 단지 안에 나무가 비교적 많아서, 그리고 우리가 살 건물 앞에 다른 곳보다 조금 넓은 화단이 있어서라는 말에 남편은 기가 막혀 웃고 말았다.
이래서 나는 거실에서 바라보이는 곳에 감나무를 하나 갖게 되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잎사귀들이 다 떨어지고 앙상한 가지 끝에 매달린 붉은 감들이 꽃보다 아름답다.
거실에 앉아 그 감나무을 바라보며 난 두 가지 감정을 동시에 느꼈다.
아름답다는 생각과 불쌍하다는 생각을...
아파트 빌딩 사이에서 자라는 나무는 햇빛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삐쩍 위로만 자랐다.
그 것도 건물과 너무 가까이 붙는 것을 피하기 위해 건물과 떨어진 쪽으로 잔뜩 기울어진 채로...
베란다 유리를 통해 감나무를 바라보며 문득, 감나무도 나 처럼 시골을 그리워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쩔 수 없이 주어진 환경에 적응하며 살고는 있지만 언제나 마음 속에 그리움을 떨어버리지 못하는 나처럼...
가끔씩 서울을 탈출하고 싶은 충동에 미칠 것 같은 나 처럼 감나무도 그런 충동을 안고 사는지도 모르지...
한 쪽으로 쓰러질 듯 위태로워 보이는 감나무를 보며 내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러움을 금할 수 없다.
보고 싶다, 산이랑 들이랑 시내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