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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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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66) *엄마의 마음으로...*


BY 쟈스민 2001-11-27

얼마전에 큰 딸아이와 가장 친한 친구 아이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갔다.

그 아이는 매주 토요일이면 우리집에 와서 놀다가 저녁때 가곤 했다.
키도 우리아이와 비슷하고 생김새까지 비슷했다.

딸같은 생각에 난 늘 아이들의 간식거리를 챙겨주며
곁에서 이것 저것 아이들의 학교생활에 관련된 것들을
묻기도 하면서 집안이 좀 어수선해지고 그래도
그러려니 하고 내버려 두었다.

그런데 딸아이의 친구는 늘 패션카다로그에서 갓 튀어나온 듯
머리위에서 발끝까지 세련된 브랜드 차림이었다.

내 아이들에게 그런 비싼옷들을 사주지는 않았지만 감각을 배우기
위해 가끔씩 아이쇼핑을 하는 내가
그동안 내가 등돌리고 돌아나오곤 했던 옷들을
그 아이는 곧잘 입고 있었다.

그 아인 비교적 있는 집안의 아이인 건 분명했다.
하지만 어쩐지 아이가 아이답지 않고 어른들이 만들어낸 어른들의
눈높이에 맞추어져 있는 아이가 된 것만 같았다.

한해가 다르게 쑥쑥 커가는 아이들에게 이듬해 작아져서 못입는
옷이 생기는 것이 흔히 있는데
저렇게 고가 브랜드의 옷을 굳이 사입혀야 하는 것일까?
나는 적잖이 의문스러웠다.

물론 사람마다 자식에게 쏟아붇는 열정의 종류가 다 다르기는 하지만
내 아이가 마치 꼬마 마네킹이 된다는 건 좀 걱정스러울 것 같았다.

비싸지 않은 옷이면 어떠랴 ...
엄마 나름대로의 감각으로 골라낸 중저가 브랜드의 옷이지만
언제나 새옷처럼 깔끔하게 입혀서 단정한 아이로 학교에 보내면
그만인것을 마치 아이들이 무슨 부모들의 경제능력 척도를
보여주는 듯이 만들어 내 보내는 일은
또래의 다른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도
한번쯤은 생각해 보아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이 세상에 자기 자식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되는 건
어느 부모에게나 마찬가지일게다.

그러기에 더더욱 내 아이만 생각하며 세상을 살아서는 안될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언젠가 학교 학습발표회에서 그 아이의 엄마를 우연히 만났다.
요란한 화장과, 향수냄새, 그리고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게하는
첫 느낌이 부담스러워서 흔히들 아이들이 친구이면 엄마들까지
친하게 지낸다는데도 난 뭐랄까 그저 대화가 별로 통하지 않을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나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사는 사람처럼 느껴졌다고나 할까?

그 아이의 부모는 곧잘 아이들을 데리고 외식을 한다고 했다.
우리아인 그것조차 부러운 모양이다.
물론 우리도 가끔씩은 외식을 시켜주고 살지만
될수 있으면 집에서 엄마가 손수 만든 음식으로 내 아이들을
먹이고 싶은 게 솔직한 엄마 마음이다.

집에서 뭔가를 해 먹는일이 엄마에겐 더 편하지 못한 일이 될지는
모르지만 내 아이들에게 무언가 주고 싶은 만큼 줄 수 있어서
마음이 흐믓하기 때문이다.

그 아이의 모든것이 마음에 든다 하는
이제 초등학교 2학년 딸아이에게 말은 하지 않지만
벌써부터 걱정스러움이 이는 건 사실이다.

그 아이가 우리집에서 놀다가 집에 갈 때 쯤이면 늘 그집 엄마는
차를 태워 아이를 데려가곤 한다.
하지만 난 우리 아이가 그집에 놀러갔을 때 될수 있으면 걸어서
오게끔 시킨다.

그러면 우리 아이는 그것이 불만이다.

나는 늘 내 아이가 건강한 두발로 걸어서 집에까지 오면서
다리는 좀 아프지만 그래도 두 다리의 소중함을 알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
혼자서 집에 찾아올수 있을 만큼 동네를 잘 알아두었으면 했는데...

아이에겐 내가 좀 귀찮아서 그런거로 비쳐쳤는 모양이다.

언제부터 차가 없으면 아주 가까운 거리도 갈 수 없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생각이 되었는지, 아이들은 아주 가까운 거리도 좀처럼
걸어 다니려 하질 않는 듯 하다.

예전에 누군가 그런말을 했다고 한다.

자식에게 아주 큰 사랑을 주고 싶으면
절대로 돈 있는 척, 부자인 척 하지 말라고 하는 말이
새삼스럽게 떠오른다.

모든것이 충족된 생활은 어쩌면 그 모든것이 너무도 당연시되어
작은것에 대한 고마움을 점점 잊고 살아가게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염려가 인다.

엄마의 마음으로 아이들을 늘 따뜻하게 대하려고 하지만
아이들은 저만치 달아나기 십상인건지 어느새 아이들은 좀더
좋은 것 좀더 편안한 것에 익숙해지고 있는 것이 보인다.

너무 넘치면 모자라는 것 보다 못하다는 옛말을 한번쯤 떠올려 보며
어떻게 아이를 기르는 것이 내 아이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인지
에 대하여 생각해 보아야 겠다.

아주 작은 것에도 감사할 줄 아는 아이로 키우고 싶은데
내 아이가 크고 좋은 것만을 선호하며 커 나가고 있지는
않은지 걱정이다.

딸아이의 친구를 보면서 ...
나는 어떻게 딸을 키우고 있었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소중한 것은 결코 크지도, 화려하지도, 멀리있지도 않음을
내 아이가 알아가며 그렇게 자라주기를 엄마의 마음으로
오늘도 나는 소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