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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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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두리에서 삶의 이야기(12)


BY 영광댁 2001-02-09



혼잣말(1)

부제:설 명절을 지내고 와서

설날 오후 한시를 넘겼는데 어머니의 집 마당으로 연결된 골목까지도 차가 있을거라고
가슴으론 들떠 있으면서 새뱃돈 걱정까지 하면서 차운전은 내가 하는 것도 아니면서 아이들 아빠에게
부드럽게 나비의 날갯짓처럼 해야 한다고 그랬어요.
광주 상무대가 자리를 옮겨 앉으면서 비상용으로 뚫린 길을 돌아나오는데 길이 뱀같아서
뱀같은 길이여도 뱀등의 부드러움으로 달려보라고 또 합니다
묻지도않은 말을 해놓고 대답도 없는 말을 하면서도 이내 입가엔 배시시 미소가 번지는데
카세트 테이프 세개가 한꺼번에 떨어져 내리고 베스트 드레서가 되긴 멀었네. 아귀가 안맞는 말까지 했네요. 모퉁이길을 한 바퀴 더 돌고 나는 죽어도 베스트 드레서는 못하네.
베스트 드라이버를 할거네 합니다. 배시시 웃음이 그제서야 눈물까지 나오는 웃음을 나오게
만들었네요. 마음이 먼저 달려가는 길은 그려려니 하세요.

이 길은 오라버니가 오토바이로 날마다 다니는 길일걸. 빨간색 편지통을 뒷자리에 달랑 올리고 그 인생을 그렇게 싣고 다닌 것처럼 편지들이나 소포를 넣어서 그렇게 같은 자리를
빙글빙글 돌고 또 돌을 걸.

그 어렸던 여름날 어쩌자고 풍뎅이를 잡아서 놀았을까. 풍뎅이를 잡아서 놀았던 것도 좋아.
풍뎅이 다리에 무명실을 묶어서 다시 날린 것도 괜찮았는데 그러다가 다리 한짝 빠지면
그대로 날아가 버렸던 풍뎅이는 얼마나 더 살았을까.
풍뎅이를 잡아서 다리 절반을 다 부러뜨리는 거야. 도망 못가게.
그 다음에 그 짧은 목을 두 바퀴나 한 바퀴쯤 돌렸어요. 정신 나가게.
너무 많이 돌리면 목이 떨어져 버리니까 두 바퀴쯤 돌려놨었어. 반 바퀴를 더 돌리면
몸통하고 풍뎅이 머리 하고 반대 방향이 되니까 반 바퀴를 더 돌리면 안되거든.
허긴 서로 반대가 되었다고 해도 다리 분질러 놔, 머리 돌려 놔, 절반은 죽여 놨는데
제 정신이였다손차더라도 제 정신 아닌걸로 기어갈텐데도 반바퀴는 더 돌리지 않았어.
그리고 나서 풍뎅이 등이 바닥에 가도록 뉘어두고 손가락으로 풍뎅이 누워 있는 부근을
빙글빙글 돌리는거야. 이제는 최면을 거는 거지.
빙빙 돌아라 돌아라 돌아라 빙빙 돌아라.손가락을 대여섯번 돌리면 풍뎅이가 빙빙 돌았어.그러면 환호성을 지르며 손벽을 치고 좋아했어. 야 돈다 돈다 잘 돈다 . 표준말이니까 그렇지 그쪽 동네에서 핀둥이 라고 불렀지. 풍뎅이를 핀둥이라고 했어, 풍뎅이는 살고 싶은 힘이 있었다기보다 살아 있었으니까 그 습성이 나는 것이여서 하늘을 나는 것처럼 날개를 펴고 방바닥이나 마룻바닥이나 흙이 밀려간 마당 한 작은 모퉁이에서 빙 빙 돌고 돌았어. 풍뎅이는, 그렇게 돌다가 날아가 버린 풍뎅이들도 있었거든. 살자고 갔을까 죽자고 갔을까 , 우리들의 관심이 멀어져서 저 혼자 한 나절내 돌다 구석에 박혀 죽는 풍뎅이도 있었고 못돌고 절반의 다리들을 움직이다가 조용해져 버리는 풍뎅이들도 많았지.

오라버니가 날마다 다니는 길을 명절이나 휴가때 여행삼아 오는 이 길이 반가운 마음을 안고 실려오는 이 길위에 선 내가, 어린 날 가지고 놀았던 그 풍뎅이 같았단다, 하면 벗님은 아실래나.돌고 도는 길이 이 만큼 뿐인걸 보면 목 비틀린 풍뎅이의 날개가 돌았던 마당보다 좁고 그가 보았을 하늘보다 더 작고 흐려진 삶의 뜨락에서 그저 살아있으니까 살아가고 있다고 그 땅에서 나도 그렇고 어머니들도 그렇고 고뇌많은 이 땅의 내 모든 살아있는 사람들에게 말했다고 하면 맞을지 안맞을지. 그나마 살아 있는 내가 풍뎅이 보다 더 많이 목이 서너바퀴 더 돌려지는 건 아닌가 몰라. 그게 짐승에 대한 예절이였을까. 얼굴하고 가슴을
한 부분에 놓아 두었던 것을 보면, 혹여 내가 생각을 잘못 했다고 등짝이 있는 곳에 얼굴 돌려 놓지는 말기를....

뱀띠라니까 한 마디 더 해야겠어요.
어느 날 조회시간에 그랬네요. 뱀에게 배우는 신 경영 전략,
하나 허물을 벗자. 둘 생존의 독을 품자 셋. 온 몸으로 감각을 느껴라.넷.뱀은 한 방향으로 가지 않는다.
그렇게 교육을 받으면서도 이렇게 지지부진하게 모가지 비트린 풍뎅이 모습으로 모양도
비틀어진 말을 하면서 고만 실려가고 있었네요. 마당 가득이 잘 생긴 승용차들이 햇빛이
반짝여 빛을 발하며 저 너머 잔등만 넘으면 보일 어머니의 집 마당에 가슴 설레이게 만드는
그리움의 것들이 줄줄이 서 있을거라고... ( 중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