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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28

존경하고픈 동심


BY ggoltong 2001-11-26

오늘 아침 희끗희끗 보일락말락한 눈이 내렸다.
그래서일까..?
왠지 조금은 색달라보이는 아침.
아직 유치원 가지 않은 큰아이는
조잘조잘 동생들을 데리고 놀고있다.

모두들 일찍 일어난 탓에 잔뜩 여유를 부리고 있던
세아이와 이를 지켜보고 있는 엄마인 나.
아이들 노는게 새삼 재밌어보였다.

빨랫바구니에 막내아이를 담아
다섯살인 큰아이,세살인 작은아이가
미느라 드느라 잔뜩 힘을 쓰고 있는 모습이 우스워
혼잦말로 '저러다 다치지~'하고 있었다.

날씨가 이러하면 우리 다섯가족중 가장
로맨틱해지는건 바로 나.
나는 문득 얼마전 이별을 한 나의 여동생이 보고싶어졌다.
통화중 내 큰딸이 보고 싶다길래 전화를 바꿔졌더니
통화가 끝난후 동생이 마구 웃어댔다.
"언니~,뭐가 제일 갖고 싶냐고 물어보니까 글쎄
지은이가 디지몬 껌이래~"깔깔깔.

아이들은 정말 자기가 갖고 싶은것 소수이외에
그다지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이런걸 보고 순수하다고 하는가보다.
아직은 거짓말 할 줄 모르는 아이들.
아직은 보는걸 믿고 듣는걸 그대로 끄덕이는
아이들..

어제는 아이 아빠가 갑자기 출근호출이 왔길래
드라이브중 아이 아빠 회사로 갔다.
차안에서 기다리던 나는 왠지 기다리는 시간이
지루해서 문득 이 순수함을 가지고 장난치고 싶어졌다.

"지은아,지후야. 아빠가 왜 안올까..?"
그러자 큰아이가 제법 똑똑하게 말을 한다.
"아빠 회사가셨어~"
흠...
"지은아,아까 엄마가 잘못봤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아저씨가 아빠를 데리고 가는것 같았어.
혹시 너 봤니?"
그러자 눈이 ?∮瀏≠?두 딸이 아무말도 못하고
그저 다음 내 입에서 나올말을 기다리듯 나를 주시했다.

"지은아,모르는 사람 따라가는것 아니잖아~.그치?
모르는 사람 따라가면 엄마,아빠도 모르고 그 아저씨가
머얼리~데리고 가서 새우잡이 시킨댔는데. 아빠는
그걸 모르나 보다. 큰일났네"
그러자 갑자기 큰아이가 놀란듯 말을 했다.
"안돼, 우리 아빠 안돼~.엄마,빨리 아빠한테 저놔해줘"
작은 아이도 거든다.
"아빠가 따라가면 우리차타지 말라그럴꺼야.."울먹울먹.
나는 연기를 했다.
"지은아,엄마 전화기 놓고 왔는데. 아무래도 큰일났다.
우리 이제 아빠 못보면 어쩌니?"
나의 다급한 말에 큰아이가 드디어 닭똥같은
눈물을 흘렸다.
엉엉...우리 아빠 안돼...우리 아빠 데리고 가면 안돼...
멋도 모르던 울 막내 아이..제 언니들이 우는걸보고
따라서 아찌~아찌 한다.
순간 분명 나의 장난끼에서 비롯한 일임에도
나도 모를 찡함이 느껴져서 혼났다.

"지은아,새아빠 데리고 오면 되잖아. 새아빠는 배도
안나왔고 돈도 많아서 우리 지은이가 사고 싶은거
다 사줄수 있는데~뭐 아빠는 그냥 새우잡으라 그러자!"
그때 큰아이의 입에서 나온말.
"새아빠 필요업떠...나는 우리 아빠가 젤루 좋아..앙앙"
"새아빠가 초코파이 사오는데도?"
"우리 아빠가 젤 좋아...또코파이 안먹을거야.."

때마침 아이 아빠가 차문을 열었다.
차문을 열자마자 남편은 놀라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큰아이가 제 아빠품으로 들어가
아빠가 젤 좋아..엉엉..우는 모습을 보고
영문모르던 내 남편 나를 한번 힐끗보고
아이를 끌어안아토닥였다.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아이.
그저 아빠만 있으면 된다는 아이.

이 날 나는 내 아이들을 보면서 잠시 표현하지 못할
흥분을 느낄수있었던 묘한 날이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