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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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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동창회가 왜?


BY pulsi12 2001-11-23

동창회
11월이면 연말 결산보고를 겸해서 동창회에서
연락이 오기 시작한다
초등학교 부터 쭈르륵 주말마다 동창회가 시작되는데
올해도 어김없이 11월 중순을 넘기고 동창들에게서
연락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두번을 주말마다 외출을 했고 남아있는 동창회 와 친목회 모임까지
합해서 서너번은 연말까지 나가야 하는데
평소 동창회고 친목회고 간에 별 사적인 모임자리를 가지지
않는 남편덕에 괜스레 눈치가 보였다
어제는 초등학교 동창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이번주에 모임을 갖는다고 꼭 참석을 해 달라는 전화였다
옆에서 텔레비젼을 보고 있는 남편이 괜히 신경이 쓰였다
"뭔 전화고?
"응 저어기 동창회 한다꼬"
"무신 동창회를 주말마다 하노"
"그기 아이고 쩌기..."
그러다가 꼬랑지를 슬며시 내려버렸다
올해 초봄 초등학교 총 동문회가 있다고 해서
모처럼 고향을 찾아서 즐겁게 하루를 지내다 왔는데
대뜸 남편이 흘리는 말처럼 이러는거였다
"모두가 다 그러는데 초등학교 동창회는 보내는게 아니라 쿠더라"
"왜? 뭣땀시"
의아해 하는 내게 남편은 그랬다
"그 뭐 첫사랑인지 풋사랑인지 만나서 얄궂다 쿠더라 마"
그러면서 콱 째리는 눈빛이 꼭 내가 초등동창회에 가서
무슨 죄 라도 짓고 온 사람 보는 듯 하길래
이번에도 그런 식으로 사람맘을 초칠게 분명하리라 싶어
차마 초등학교 동창회란 말을 못하고 꼬리를 사렸는데
"아따 무신 동창회?"
이러고 재촉을 한다
"중학교 동창회라고 하네"
나도 퍼뜩 둘러댄다는 것 이 중학교 동창회였다
여고 동창회는 저번주에 있었기에 그랬는데
"니 봐라 11월 4일날 중학교 동창회라꼬 안캤나"
남편이 갑자기 세모눈을 해서는 째려본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두번 나간것이 중학교 ,고등학교,였다
대충 동창회란 말만하고 나갔는데 딱 기억을 하고 있다니
별수없이
"초등학교 동창회다 마"
이랬더니 남편은 수상하다는 눈빛으로
"그런데 와 첨 부터 거짓말을 하노 니 진짜 수상하다이"
와~~
생사람 잡을 태세로 나오는데 참말이지 환장할 노릇이다
"내가 뭘 ....."
괜히 둘러댄것이 할말도 없다
그냥 "초봄에 초등학교 동창회는 첫사랑을 만나는 장소라더라
하는 그 소리에 그만 그랬다"
이 말을 하면 되겠지만 왠지 자존심이 상해서 그 말도 하기 싫었다
남편은 남편대로 꿍 해서 토라졌고
나는 나대로 밴뎅이소갈딱지 이래가며 토라졌다
그날밤 한냉기류가 흐르는 이불속에서 잠을자고
겨우 얼굴을 본듯 만듯 아침을 먹고 있는데
전화벨이 울린다
남편이 전화기를 들더니
"여보세요"
"네 그런데 누구신교"
"기다려보소마"
이러더니 "전화받아봐라"
했다
"누군데" 했더니
"첫사랑이라 쿠더라"
이러면서 휭 안방으로 들어간다
전화는 초등학교 동창회 회장인 병수였다
올해 새로운 회장을 뽑아야 한다면서 꼭 참석해달라는
회장으로서 회원들에게 할수 있는 전화내용이었다
얼마나 속이 터지는지
안방문을 열고 들어갔더니
출근준비를 하던 남편
"왜 애인전화 받으니 살맛이 나나 얼굴이 벌개졌네"
이러면서 실실 웃었다
"동창회 갔다 오이라 마 내가 쩨쩨한 남자는 아니라꼬"
"안간다 내가 가모 인간이 아니다 절대로 안간다"
이러면서 침대에 털썩 주저앉았다
"남자가 배짱이 저 정도면 괜찮다 참말로"
남편은 끝까지 사람 염장을 질러 놓는다
그런다고 내가 안갈줄 알고
나도 남편과 산 지 가 ?p년세월인데 이젠 콩,하면 팥,하고
받을 정도는 된다
내 약을 살살 올려서 기어이 못가게 할려는 심뽀를 내사 마 다 안다
그래서 이번주 초등학교 동창회 갈땐
더 멋있게 더 젊게 더 돋보이게 하고 나가야지
그래야 배 아파서 다시는 이런 심술 못부리게 해야지
내일이 디데이
슬슬 준비를 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