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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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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친구와 복권 여섯장


BY cosmos03 2001-11-23

남편을 따라 남편의 친구분을 만나러 갔읍니다.
남편과는 한 일년여를 알고 지내는 분이지만 저와는 첫 대면 이었읍니다.
그냥, 가까이에서 볼수잇는 지극히 평범한 아저씨 였읍니다.
용접일로 까맣게 그을린 아저씨의 모습은 생각햇던것보다는 훨씬 건강해 보였읍니다.
남편과 친구분은 승객과 택시 기사로 만났다고 하였읍니다.
처음 남편의 차에 올라탄 아저씨의 모습은 술이 많이도 취해있었다고 합니다.
목적지도, 차를탄 이유도 말하지 않은채 횡설수설을 하였다합니다.
취한 승객이려니~ 했는데...
뒷좌석에 앉은 아저씨의 혼자말같은 소리를 가만히 들어보니
사정이 참으로 딱하다~ 생각했다 합니다.
부인이 병원 수술실에서 수술을 받다가 원인도 모르게 죽은지 10일...
그리고 바로 당한 모친상.
첫 부인과는 이혼을 하고 죽은 두번째 부인과는 7년을 살았다고 합니다.
대수롭지 않은 병으로 입원을 하고 수술을 받던중 사망했으니
그 마음이 오죽하겠읍니까?
그런데 미처 마음을 추스릴새도 없이 어머님까지 돌아가셨으니...
그 아저씨는 몹시도 괴로워 술을 그리도 많이 마셨다합니다.
횡설수설하는 승객의 목적지를 겨우 알아내어 내려주니 고맙다는 인사와함께
남편의 핸드폰 번호를 적어달라고 하였답니다.
다음에 차를 쓸일이 있으면 부르겠다고요.

그렇게 해서 맺어진 남편과 남편친구분의 인연입니다.
그후, 그 아저씨에게서는 연락이왔고.
병원으로 부인의 산소로, 그리고 모친의 산소로...
가는곳곳을 택시를 대절하여 제 남편과 동행을 하였더랍니다.
만날때마다 그 아저씨는 술에 취해있었고.
밥을 먹으러 갈때도, 술을 마시러 갈때도...
그 아저씨는 제 남편을 동행시켰던 것입니다.
물론 대기료를 계산해 주었다하고요.
그 당시 제 남편은 그 아저씨의 자가용기사가 된 것이지요.
그러다보니 점점 서로를 알게 되었고. 나이도 두분이 동갑이었다 합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친구가 된것이지요.
어느날...
그분의 아들에게서 전화가 왔읍니다.
남편은 전화를 받더니 서둘러 뛰어 나갑니다.
그리고 돌아온 시간은 하루가 지난 다음날...
그동안은 전화로 그 아저씨가 병원에 계시다는 전갈은 받았읍니다.
수척해져서 들어온 남편은 말합니다.
" 그 *** 병원에 입원했다 "
" 아니, 왜? "
" 으~응. 알코올 중독이래 "
그랬읍니다.
매일을 괴로움에 마신술이 급기야는 알코올 중독으로까지 가서는
흔한말로 헤까닥~ 갔더랍니다.
아들이 자기 자신을 죽이려한다는 망상에 폭력을 가했나 봅니다.
그것도 단순한 폭력이 아니라 하마터면 아주 큰일을 낼뻔 했다고 하더군요.
자세한 이야기하기를 남편은 꺼려하는데
대충 짐작은 갑니다.
오죽했으면 그 밤에 한번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다는 수용소까지 갔을까요?
그 아저씨의 아들은 자기 아버지에게 당한 상처로 응급실에서 몇바늘 인가를
꿰매야했으니까요.
그렇게 조금씩 남편은 그 아저씨의 가정사에 개입이되어 갔읍니다.
그 아저씨의 아들과 함께 수용소에 입원을 시켜야했고...
아버지 없는 빈 자리를 남편은 아버지가 되어 보호자 노릇까지 해 주었읍니다.
운전미숙으로 사고낸 뒷 처리 해주랴~
병원에 있는 아저씨 면회가랴~
방황하는 그 아이를 보듬으랴.

저는 저 나름대로 김치에 밑반찬을... 남편의 손에 들려 보내었읍니다.
제 아이보다야 훨~ 많은 나이이지만 그래도 아직은 철부지 같았읍니다.
제 집에 불러다 밥도 같이먹고...그렇게 보내던 어느날
그 아저씨의 병세가 많이 호전이 된대다가 환각도, 환청도...모두 없어졌다고
하고... 병원비도 만만치 않아 퇴원을 했다 합니다.
퇴원후에도 끊임없이 남편은 관심을 갖고는 그 아저씨의 주위에서
맴돌았읍니다.
끼니를 거르지 않게 해 주었고.... 더는 술을 입에 대지 못하게 감시도 했고...
그리고 제일로 중요한것은 관심과 대화였읍니다.
오라하면 오고...가라하면 가고...
그렇게 남편은 불쌍한 사람 하나 구제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 까지 갖고있었나 봅니다.
조금씩 조금씩 그 아저씨는 안정을 찾아간다 했읍니다.
그러더니 전에 다니던 직장에 다시 나간다고도 하고...
열심히 살려고 노력하는게 확연히 보인다고도 하고...
남편은 참으로 좋아했읍니다.
간간히 저는 된장과 고추장. 김치 같은것을 남편의 손에 보내주었읍니다.
그 아저씨와 아들둘.
부인도 어머니도 안계시니 남자들끼리 해 먹는 밥이 오죽하랴~ 싶어서는
두고 먹을수 있는것들을 간간히 보내 준 것입니다.
그런데 그날...
우리모녀와 남편의 친구분은 처음으로 상면을 하게된것입니다.
너무도 고마웁다며 자꾸만 우리에게 저녁을 사고 싶다고 합니다.
채 이만원도 나오지 않는 식대를 아저씨께 부담을 시키고.
우린 다시 그 아저씨의 집으로 따라 갔읍니다.
" 죄송합니다. 제가 돈을 많이 벌며는 제대로의 인사를 드리겠는대요.
조금만 지켜봐 주세요. 이 친구가 제 목숨까지 구했는데
열심히 살아야죠. "
하면서 저희들 앞으로 무언가를 밀어놓습니다.
하얀 봉투에 담겨있는것을 남편이 열어봅니다.
궁금함에 저 역시도 안을 들여다보니 거기, 그곳에는 더블복권이 6 장 들어있읍니다.
너무도 고마움에 무얼 선물로 줄까~ 망서렸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복권이 눈에 들어온 것이고...
그중에 어느것이라도 당첨되면 좋겠다며. 아저씨는 멋적게 웃습니다.
참 고마웠읍니다.
남편이 그리도 신경을 쓰고 관심을 갖어주었는데...
그 애정에 배신을 하지 않고 열심히 살아주시는게 우리 내외로서는 고마울 밖에요.
아저씨가 주신 복권 여섯장.
우리가족에겐 큰 선물이 아닐수 없읍니다.
거기에는 그 아저씨의 많은 고마워하는 마음과 미안함이 배어있을테니까요.
소중히 받아들고 집으로 오는길...
남편과 저는 말했읍니다.
정말로 운이 좋아 이 복권이 대박을 맞는다면 우린 고스란히 전액을 아저씨에게
주자고 약속을 했읍니다.
우린 돈보다 더큰 사람의 마음을 받았으니까요.
정말로 대박이라도 맞아서는 아저씨에게 물질적인 보탬이 되었으면 합니다.
이렇게 우리는 생각지도 않은 인연으로 세상사는 이야기를 만들어 가나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