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일 어머니 제사.
시이모들과 시누이 아버님쪽 친척들 아이들까지 한 20여명이 왔다갔다.
물론 시이모들이 많이 도와주셨고 오늘은 구정 제사를 남겨두고 있다.
울시누이는 왜 언제나 어르신들 밥상에서 고모부와 아이들까지 밥을 함께 먹고, 손끝하나 까딱하지 않는것인지....
다른 시누이들도 거의 이런 그림 연출하고 있는걸로 아는데....
'딸들의 비애'라고 말하는 시누이네는 아들만 3형제인 집이니 이런기분 모르겠지.
항상 부부싸움은 이리도 사소하고 작은 갈등들로부터 이루어지는거 한두해 겪은것도 아닌데.... 난 또 남편한테 서운하다.
며느리들의 노동절날은 언제나 그런기분....
"재희씨 출근하는 날 들어올테니 우리 이혼문제 잘 생각해봐"하고 내심 잡아주길 바라며 난 집을 나왔다.
백화점 서점코너에서 원성스님의 '풍경'을 벗삼아 청량리로 향했다.
내 목적지는 강원도 삼척.
바다가 보고싶었다. 확트인 무엇이든 포용해 줄수 있을것만 같은 옜날의 그 무섭고도 경이로운 그 파도가 보고싶었다.
난 원성스님이 도란도란 속삭여 주는거 외에 아무말도 하고 싶지 않았는데 왜 이리 세속의 사람들은 물어오는게 많은지.
생각보다 만원인 역에 줄을서 삼척이 아니면 아무 바다라도 가자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주머니 한분이 "여기 000 가요?"
"잘 모르겠는데요" 난 앞만보고 아무표정없이 (정말 모르니까)대답했다.
그 아주머니 "아니 어디가시는데요" 하고 내 목적지를 확인하려든다.
"아무데나요."
이상하다는듯 날 쳐다보는....
휴~ 난 정말 암말 하고싶지 않은데....
주위 사람들까지 합세해서 미친여자 쳐다보듯....
긴 시간 줄섰는데 역무원 아저씨 "강원도 삼척 4,5번 줄에 서셔야 해요." "그럼 아무 바다라도 하나 주세요"
"아유 여긴 바다 안가요. 4,5번으로 가세요"
뒷 사람들 내 얼굴 한번 더 확인하려고 기를 쓰고 쳐다본다.
난 도망치듯 그곳을 빠져나오며 머리를 굴리기 시작한다.
"그래 월미도도 바다아냐 월미도 가자"
난 원성스님과 그의 천진한 미소와 잘 닮은 월미도 갈매기를 봤다.
소금창고에 들어가 맥주와 한숨을 나누며 창문 가득 꽉 찬 바다를 온몸으로 느꼈다.
'후후 이로써 두번째 외도인가.'
난 어차피 느끼고 있었다.
지하철 여행내내 아이의 웃음소리를 들으면 은비의 웃음, 원성스님의 동자승속에서 은비가 웃고, 월미도를 가로지르는 아이들의 뜀박질에서 은비가 뛰놀고 있고....
내가 돌아가야 할 자리가 그 자리밖에 없다는것을....
그 역무원 아저씨에게 고마울 따름이다.
노동절날 파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