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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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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 이야기 ( 6편 )


BY cosmos03 2001-11-20

지지고 볶고 싸워가며 한 이불을 덮고 산지가 벌써 18년이 되었읍니다.
연례행사이지만 요번에도 남편에게 근사한 선물을 받고 싶었는데
그 마음을 방송국에서도 알아준것일까?
남편의 글이 방송되면서 매직 가스 오븐렌지까지 선물로 준다합니다.
가족 모두가 들떠있읍니다.
남편 글이 방송에 나오는것도 좋지만 부수적으로 살림살이까지 준다고 하니
너무도 신이 났읍니다.

장 조카에게 축하전화까지 받고는 났는데 무언가 허전합니다.
그래! 딸아이...
녀석이 어찌된거지?
왜 오늘 아무말이 없이 지나가는거지?
매년 조금씩 철이들면서부터 무슨 행사때마다 작은 선물을 하곤 했는데...
잊엊나?
수중에 돈이 없나?
어느해에는 케?揚? 어느해에는 향수비누라는것을...
물질로 무언가를 받고싶은거보다.
딸 아이에게 기억되고싶다는게 솔직한 내 마음입니다.
녀석이 지금은 초등학생으로 어리다고는 하여도
지금부터라도 엄마와 아빠의 축하해야될날은 분명코 하라고 가르켰었읍니다.
그것은 너에 당연한 의무라고.
그러며 항시 덧 붙이는말이
부모님의 생일과 결혼기념일 분명코 챙기고
육순부터 회갑 칠순... 아무튼 이름있는 모든날은 꼭 기억해 두었다가 축하를 해 달라고
아이의 귀에 딱지가 않도록 난 얘기를 했었읍니다.
속으로만 의아해하며 남편에게는 아무말을 안했읍니다.
( 남편은 나보고 유치하다고 합니다 )

하루를 들뜬 기분 그대로 보내놓고는 저녁 늦은 시간입니다.
아이가 무언가를 쭈뼛거리며 내 손에 쥐어줍니다.
" 뭐니? 이게? "
" 엄마...축하드려요 "
" 그래 잊지않았구나~ "
대답을 하고 아이가 준 물건을 풀어본순간.
따끔거리며 눈이 매워옵니다.
썩 좋은 솜씨는 아니지만, 제 손으로 놓은 십자수에는 이렇게 적혀있읍니다
" 축 결혼 18 주년 축 "
한땀한땀 놓았을 아이의 모습이 생각나 한참을 아무런 말을 할수가 없었읍니다.
" 엄마! 제게 있던 돈이요... 기념일 잊고 친구들하고 뭘 사먹었어요 .
그래서요. 어제 엄마 주무실때 이거 놓은 거예요. "
그냥 아이를 보듬을 밖에요.
" 그래, 고맙구나. 이거 놓느라고 힘들었겠구나 "
초저녁잠이 남보다 많은 녀석이 엄마 아빠의 결혼기념일을 생각하고
졸린눈 비벼가며 한땀씩 해 나갔을 바느질을 생각하니
참으로 가슴이 뿌듯하며 코 끝이 찡~해옵니다.
그래! 내가 잘 키웠구나 마냥 어리지만은 않구나.
우리내외 늙어서도 설움은 받지 않겠구나...
많은 생각을 하게끔 녀석은 만듭니다.

퇴근해 들어온 남편에게 아까 우리 내외가 받은 선물을 내 보이니
남편... 한참을 들여다 봅니다.
" 이거 만드느라 고생이 많았겠구나 "
미소짖는 남편을 볼수 있었읍니다.
" 이거 잘 놓아둬. 잃어버리지 말고... "
잃어버릴리가요.
잘 놓아 둘것입니다.
어느만큼의 세월이 가야되는것인가는 모르겠지만...
녀석이 시집을 갈땐 많은것을 줄수가 있을겁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승을 떠날때, 아마도 이것까지 함께 갖고 갈것입니다.
그냥 돈을 주고 편하게 사다준 선물이 아니니까요.
여기 이곳엔 아이의 사랑과 정성과 엄마 아빠의 기억이 묻어있을터이니요.
그래! 딸아 고맙다. 지금의 이 예쁜마음...고운마음
부모를 기억하고 생각할수 있는 너의 그 사랑스런 마음.
오랜시간
잊지말고 간직하길 바래.
엄마도 아빠도 잊지 않으마.
고맙구나~ 고마워.

금년 우리의 결혼기념일은 지금껏 지내온 그 어느해의 기념일보다 더 기억에남고
자랑스러운 행사였다 싶습니다.
지금 이대로의 이 기분 이 행복 그대로 내 일평생을 갔으면 합니다.
이제부턴 19년차를 향해 부지런하고도 열심히 살으렵니다.
지금 저는 너무 행복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