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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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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 이야기


BY 들꽃편지 2001-11-20

일요일............

내게 주어진 일요일이 갔습니다.
무얼 했나를 뒤돌아 봐도 볼 것이 없습니다.
두 끼의 밥을 먹고,
커피 한 잔을 마셨고
토요일날 못 본 신문을 보았습니다.
낮잠을 자고
티비를 보고
심심해서 알로에 맛사지를 했습니다.

창에 내린 커텐도 걷어 놓지를 않았습니다.
어쩌다보니 그리 되었지만 누구도 창의 커텐이 내려 있었는지
관심조차 없었습니다.

사람들은 창가를 좋아합니다.
나부터도 음식점에 가든 찻집에 가든
차를 타든 창가에 자리를 잡습니다.

기차를 타고 먼 곳을 간적이 있었습니다.
차표를 예약하거나 살 땐 언젠나 난 "홀수로 주세요" 했습니다.
홀수 번호가 창가 자리기 때문입니다.
기차를 탈 땐 특히 창가가 더 좋습니다,
통로쪽이 아니라 조용하고
무엇보다도 차창의 풍경을 나만이 간직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차창밖엔 계절이 흐릅니다.
설레임이라는 봄이 살아 숨쉬고
무성한 여름의 들판이 달려가고
낭만의 가을산이 떠 있고
차창에 떨어져 미끄러지는 눈송이가 있는
기차 창가의 이야기...

내가 살고 있는 곳은 아파트입니다.
네개의 방마자 창이 달려 있습니다.
난 항시 창가를 바라보며 일을 하고 음식을 먹고 차를 마십니다.

제일 너른 창은 몰론 거실 창입니다.
제일 좁은 창은 부억창입니다.
제일 풍경이 고운창은 딸아이의 창입니다.
제일 지져분하고 볼 것 없는 창은 아들아이 창입니다.

토요일날 찻집에 가서도 창가에 앉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창가자리는 이미 먼저 온 손님들의 차지였습니다.
창가자리라야 감질나게 두 곳이여서
웬만해선 내 차지가 되긴 어려운 자리였습니다.

바다가 보이는 찻집을 가본적이 있으신지요?
제가 바닷가 찻집에 들어 선 날은
수평선인지 하늘가인지 알 수 없는 흐린 바다였습니다.
뭔 이야기를 했었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흐린 바닷가만은 아직까지도 영상으로 편집되어 보이곤 합니다.
아주 오랜 옛날이였는데...
어설프고 심심하면 정지가 되어버리는 영화랍니다.

늦가을 상수리 나무 잎이 지는 우리 동네 찻집도 있답니다.
기찻길을 건너 '뜰'이라는 찻집.
창가엔 가을꽃이 지고 창밖엔 상수리 나무잎이 한잎두잎 떨어지던 뜰...

오늘은 창의 모습을 보지 못했습니다.
사방이 다 창인 집에 살면서도
창가에 서 보지도 창밖을 올려다 보지도 내려다 보지도 못했습니다.
바빠서도 아니고 게을러서도 아니고 무관심이였다 해야 맞을겁니다.

무관심한 일요일이였습니다.
뒤돌아 볼 것도 없는 날이였습니다.
본능으로 살았다고...

창은 사람들이 만들어 놓았습니다.
창을 바라보며 사람들은 앉아 있길 좋아합니다.
그럼...
유리로만 만든 집에 살면 어떨까요?
유리 아파트...

오늘은 창이야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