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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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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월 대보름 달맞이


BY 풀씨 2001-02-06

정월 대 보름

일년중 달이 가장 크고 밝다는 대보름이 내일로 닥아왔다

어제 부터 오곡밥 재료며 마른 나물 ?p 가지 부름 귀밝이 술

김 생선 을 사다가 오늘 오후 손질해서 나물은 삶아 우려내고

생선도 갈무리를 해서 냉장고 속에 두었다

도심에 살면서 밤하늘 한번 제대로 본적이 있었던가?

보름달이 대낮 처럼 밝던 내 어린시절엔 그믐밤과 보름밤의

차이는 낮과 밤의 대비 처럼 확연했지만 도심의 밝은 가로등 불빛과

번쩍이는 네온싸인 으로 이미 달빛은 퇴색되고 그 찬란한 빛마져 잊혀진듯 해서

가슴 한귀퉁이 허전하다

정월대보름이면 온 동네가 술렁이며 대나무 솔가지 얹어 달집을 짓고

액을 날린다는 연도 걸고 유난히 병치레 잦은 손주를 두신 할머니들은

손주의 속옷을 짚단속에 슬그머니 묻어두면서 비손을 하시곤 했다

서녘하늘에 해 그림자가 지기도 전에 대보름 둥근 달이 모습을 보이면

이마을 저마을에서 달집 태우는 연기와 함께 풍물소리도 참 요란했고

남정네들의 아우성 소리까지 어울어져 한바탕 잔치의 장이 열리곤 했었다

달빛은 얼마나 밝았던지 온 동리 구석구석 환하게 밝혀주던 보름달아래

꼬마였던 우리가 할수 있는 놀이란 놀이는 전부 다 하면서 날새는줄 모르고 고샅을 훑고 다녔다

부엌에서 이것 저것 다듬고 팥을 삶고 나 혼자 옛 정서에 겨워

흥얼거리고 있으니 딸들은 그저 엄마가 기분 좋은일이라도 있나보다

는 반응들이고 보름날은 그저 찰밥에 갖가지 나물반찬으로 지내는 일상 쯤으로 안다

하기야 일년 열두달 하현달 을 봤을까 상현달을 봤을까

북두칠성을 봤을까 샛별을 봤을까 하늘한번 올려다 볼 여유없이

다들 문명이 준 밝은 불빛으로 달의 변화는 무심할수 밖에

농경사회는 아니지만 잊혀진 정월대보름 놀이 문화는 자식들에게도

이어졌음 하고 바래본다

올해도 우리마을 앞 공터엔 커다란 달집이 만들어졌다

청년회가 주최해서 만든거라는 현수막도 보였다

내일 막내를 데리고 달집태우는 구경도 하면서 올 한해 소망이라도 달님께 빌어야겠다

멋지게 달집을 배경으로 사진도 한컷 찍어볼까

오늘은 날씨가 우중충해서 내일 대 보름 둥근 달을 볼수나 있을지

아무튼 모든 세상사는이들이 대보름 달 만큼이나 넉넉한 한해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