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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278

못말리는 우리아들


BY yuyi65 2001-11-19

엄마, 기분 안좋은 일 있으세요?"
"왜?"
"그냥. 엄마가 가만히 있으니까 이상해요."

마냥 푼수마냥, 맨날 호호 하하 웃으며 제잘난 맛에 불치에 가까운 왕비병들린
푼수엄마만 보다가 소파에 가만히 웅크린 엄마가 이상했나보다.

"오늘 사무실에서 어떤 아찌가 말을 함부로 해서
엄마 기분이 상해서 그래"
"그럼 엄마 기분나쁘다고 말하지 그랬어요?"
"어른들은 자기 마음에 있는 말 다 하고 살수가 없거덩"
"화 나도 참고 속상해도 표시안하고 그래야 할때가 있어"

"엄마 난 3가지 가훈이 있어요"
"가훈이라니?"
"에이. 살면서 꼭 지켜야 겠다고 생각하는거 있잖아요"
"응. 그건 자기 생활신조라고 하는거야"
"근데 그게 뭔데?"

"첫째. 우선 먹고 보자"
"둘째. 걸면 붙어라"
"셋째. 내키는 대로 살자"

"으잉~ 그게 뭔 말이니?"

평상시에도 하두 엉뚱해서 엄마 가슴을 철렁거리게 하던
아들녀석이 시무룩하니 기운없어 보이는 내옆에 앉아서
하는말이다.

"그래. 너 먹는거 엄청 밝히는 녀석이니 첫번째 말은 그럴수도
있겠다."

간식 만들어서 둘로 똑같이 나누어 스티커에 이름을 부쳐놓고 일하러
가면 자기껏 얼응먹고 누나꺼까지도 홀라당 해서 항상 누나한테 핀잔을 듣는 녀석인지라
그럴만도 하다.

"근데 걸면 붙어라는 무슨 말이니?"
"응 그건 우리 태권도 사범님이 해주신 말씀인데
아무리 자기보다 덩치가 크고 힘이세도 이유없이 자기를
괴롭히면 한번 붙어보래. 얻어 터지드래두"

항상 뒤로 밀리고 욕심없어 양보만하고
같은반 여자애들 한테까지 볼을 꼬집혀서 흉터까지 생긴
아들녀석이 불만이어서 태권도에 보냈더니 관장님이 물러터진
아들녀석이 애지간히 답답했던가 보다.

"그래 사내녀석이니 그만한 용기도 필요하지.

근데 내키는 대로 살자라니. 도대체 이해가 안된다.

"엄마. 기분나쁘면 나쁘다고 얘기하고 속상하면 속상하다고
얘기해. 엄마 마음에만 담고 있으면 아무도 엄마가 그런 생각
하는지 모르잖아. 기분 내키는 대로 살아야지. 어른들은 참
이상해. 왜 내숭을 떨지?"

으~잉. 맨날 천방지축 애기인줄 알았더니
엄마 위로 한다고 그런 생각을 다 하다니.

그래. 아들아.
왜 우리들은 싫어도 좋은척. 좋아도 싫은척
껍데기를 둘러쓰고 내맘 몰라준다고 상대방만
원망하는지.

가식없이 없으면 없는대로.
마음 상하면 상하다 얘기하고 그때 그때 풀면서
살지 못하는걸까.
흔히 TV드라마에서 사소한 오해로 인해 골이 깊어가고
끝내는 파경에 이르는 내용을 보며 왜이리
답답하게 사는지 그까짓거 한번만 마음열어 속을
보였다면 그런 지경에는 이르지 않았을것을..하며
아쉬워 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우리네의 생활에서도 마음열어 진지하게 의논하면
아무일도 아닌일이 혼자서 끙끙 앓다 일이 커지는 경우를
흔히 본다.

오랜만에 엉뚱한 아들녀석덕에 나의 지난시간들을
뒤돌아 보며 내일은 아들녀석 말마따나 그분을 만나
따뜻한 커피한잔 마시며
오해를 풀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