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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호스 아줌마의 신문읽기 41 - [홈&마트] 백화점, 평일 오후4시,주말 오후5시 피크


BY 닭호스 2001-02-03


백화점의 경우 평일에는 오후 3시30분에서 4시30분 사이에 가장 많은 매출이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주말에는 1시간 늦은 오후 4시30분에서 5시30분 사이가 ‘황금 시간대’인 것으로 조사됐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5일부터 14일까지 겨울 정기 바겐세일 기간 동안 매출을 시간대별로 조사했다. 이번 조사 결과 주말과 평일의 매출이 시간대별로 다소 차이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평일 오후의 주고객층인 주부들은 남편과 자녀들이 없는 오후 1~2시쯤 집을 출발, 백화점에 2시~3시쯤 도착하는 게 일반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이때부터 1시간 가량 매장을 둘러보기 때문에 오후 3시30분에서 4시30분 사이가 백화점 입장에서는 매출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황금 시간’이다. 그리고 오후 5시가 넘으면 저녁 준비 때문에 쇼핑하기가 쉽지 않은 게 일반적인 주부들의 평일 쇼핑패턴이다.

그러나 주말은 사정이 좀 달라 가족 단위 쇼핑객들이 많아 오후 늦게 백화점에 나와 쇼핑 후에 백화점 주변에서 저녁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오후 4시30분에서 5시30분 사이 매출이 절정을 이룬다. 다시 말해 평일에는 주부 혼자 나오는 ‘나홀로 쇼핑족’이 많은 반면 주말에는 ‘가족단위 쇼핑족’들이 많다는 얘기다. 반면 할인점은 주말, 평일 구분 없이 오후 5시~6시 사이 매출 비중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식품이 주종목인 할인점은 저녁 반찬 준비하기에 가장 알맞은 시간에 매출발생이 가장 많기 때문이다.

(박순욱기자 swpark@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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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결혼후 우리가 살기로 한 아파트가 완공되기를 기다리느라 시댁에서 살았다. 그리고 반년 후 어머니는 우리를 내보내시면서 나를 불러다 놓으시곤 이런 말씀을 하셨다.

"우리집 남자들은 장보기를 지독스레 싫어한다. 게다가 특히 같은 코너에 두 번 가기와 같은 물건 몇 분동안 쥐고 있기를 하면 너무 너무 성이나서 죽을려고 한다."

나는 어머니의 그 말씀을 한 귀로 흘려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분가를 했다. 이사가 끝나고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시동생 등 식구들이 떠나가자 나는 어머니의 말씀은 까맣게 잊은채 남편을 앞세우고 인근 E- 마트를 찾았다. 그런데.. 남편은 E-마트를 배회하는 많은 쇼핑객들을 보자마자 상당히 겁에 질린 표정으로 꼭 필요한 것만 조속히 사가지고 나갈것을 나에게 종용하였다.

하지만..
일찌기 그렇게 넓고 물건도 사람도 많은 장소를 자주 못 보았던 나는 그만 넋을 잃고 같은 장소를 두번 아닌.. 세번, 네번, 다섯번까지 가는 실수를 범하였으며.. 한 코너에서 5분이상 지체하는 누까지 저지르고 말았다. 남편은 거의 모든 에너지를 상실하여 임신 6개월 아직 입덧의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나보다 더 힘이 없는 목소리로...

"경아.. 얼른 가면 안돼? 나는 속이 막 울렁거리고 머리도 아프고 힘이 한 개도 없어.."

그러는 것이었다.
임산부의 신분을 망각한 채, 카트를 한쪽 발로 슝슝 굴려가며 많은 인파사이를 묘기 부리듯 헤치고 다니던 나에게 제동을 건 그의 말을 들은 그제서야 남편의 게슴츠레 풀린 눈과 축 늘어진 어깨를 인식하였다.

"병규야.. 글케도 힘이 없어? 하나도 안 재밌어?"
하자..
"응, 한 개도 안 재밌어... 빨리 집에 가고지퍼.."
그러는 것이었다.

남편을 이끌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다.
이 마트 주차장에 가서 짐들을 차에 싣고 그 빌딩을 벗어나자 남편은 이내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생생한 모습으로 되돌아왔다.
"너 아까 그거 꾀병이지?"
하자..정색을 하고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무슨 소리야? 지금도 아까 거기 생각만 하면 가슴이 다 벌렁거려.. 우리 다시는 거기 가지 말자...응? 반찬은 니가 집근처에서 사면 되잖아.. 아님 우리 맨날 시켜 먹을래?"
하는 것이다.

나는 요즘 E-마트에 갈 때마다 우는 아이 보채는 엄마처럼 남편에게 남편이 좋아하는 CD 한장이나 컴퓨터 잡지 한 권씩을 사서 손에 들려준다. 그런 선물들을 받을 속셈으로 남편은 힘든 쇼핑을 견디는 차원을 넘어서서 즐기는 상황까지로의 진보를 보였다.

남편은 쇼핑이라는 상황은 싫어하지만 많은 물건들을 필요로한다는 점에서 타인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물건들의 특징은 상당한 고가에다가 내가 보기에는 하등에 필요가 없는 것들 뿐이다.

어제와 그저께 나는 육촌 동생가족이 살고 있는 영덕으로 놀러를 갔다. 그 곳에 신기한 컴퓨터 주변기기들을 비롯, 많은 물건들을 구경한 남편은 영덕에서 포항을 거쳐 집으로 돌아오는 3시간이 넘는 시간동안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많은 물건들의 이름을 나열하며 열광적으로 사줘 사줘를 남발하였다.

나는 결혼 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같이 산다는 사실이 얼마나 경이로운 사실인가를 깨달은 적이 있다. 그리고 그 기적과 같은 경이로움의 이면에 있었을 수많은 여자들의 갈등과 회의를 절감하였다. 남편을 통해 나는 내가 지금껏 전혀 경험하지 못한 많은 불필요하고 자질구레한 물건들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마치 시계를 찬 토끼 한마리에 의해 앨리스가 이상한 나라로 끌려갔던 것처럼..

그런 물건들을 하나씩 남편의 손에 안기면서 나는 작은 행복을 느낀다. 남편이 좋아하는 것이야말로 나의 기쁨이며, 그런 기쁨속에서 내가 갖고 싶었던 많은 것들이 비록 뒷전으로 밀려날지라도 전혀 아쉽지 않은것... 그것이 십년전에 산 팬티를 열두번도 더 꿰매입는 궁상을 떨며 아들딸을 유수한 대학으로 유학시키며 살아가는 엄마의 힘과 동일한 것일거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