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세명의 올망졸망한 딸이 있다.
핑계없는 무덤없다는 말이 있듯
내게도 사연이 듬뿍듬뿍한 사슴같은
세명의 아이들이 있다.
나의 큰딸.
뭐 별다른 탄생의 동기 없이
단지 우리 부부 너무나 사랑하였네~이런 테마로
밀월성 애정끼 다분한 그런 존재다.
첫 임신이고 첫 출산이라
이 아이를 배속에 담고 있을때
거의 분만때까지 하이라이트로
상세한 관찰을 귀찮다여기지 않았다.
이윽고 이 놈을 분만실에서
이빨으스러져라 울고 불고 낳았을때
우리 부부 다짐한게 있었다.
"이 아이가 우리사랑의 마지막 열매야..."
하지만 왠일일까..
태어나서 그토록 뼈져리게 아픈 경험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시간이 지나고 이 아이의 머리숱이
칠흙만큼 까맣게 윤기날때즈음
나도 모르게 둘째아이에 대한 생각으로
드라마가 시더분하게 느껴졌었다.
그때는 지금보다 어려서일까..
어떤 경제적으로나 어떤 기준을 두고
지금이 적절한지 어떤지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나의 가족계획은 순전히
나의 큰아이 친구같은 말하자면
인형같은 존재로 낳게 해주고 싶었다.
그때가 울 큰딸아이 7개월때다.
퇴근길에 아이 아빠가 작동완구를 사다주니
그 인형을 보고 그렇게나 진지하게
만지작거리며 놀고 상당히 흥미있어하는 모습을 보고
그때 나는 결심했었다.
봉제인형이 아닌 정말 꼬물거리는
동생을 선물로 안겨주겠노라고..
하지만 큰아이 출산때 너무나 힘들었던 나를
기억해서 인지 내남편이란 사람
피임하는걸 부부관계하는것보다도 더
열중하는 사람이였다.
뭐 내가 말하는 둘째아이의 바램일랑
씨도 안먹히는 소리일뿐더러
큰아이에게 폭 빠져있던터라
하나 키워 로케트타세~이런 주의로
하나면 만족한다 하였다.
항상 29일 주기로 내게 찾아오는 마술.
인터넷 뒤지고 다니면서
배란기에 대해 공부한 나의 남편은
나보다 자연피임을 더 잘하는 사람이였다.
허나 사람이 소유하지 못한상태에서
갈망하는 것 처럼 입술이 바짝바짝 마르는
일이 또 있을까...?
남의 부부 하나씩 애들 꿰차고 돌아다니는
모습을 보니 혼이 쏙 빠지도록 부러웠었다.
이윽고 나는 둘째아이의 탄생을 주도하기 위해
프로젝트를 짰다.
배란기였던 날
남편에게 전화를 하여
처음만났던 커피숍에서 저녁을 먹고 싶다고
콧소리 핑핑 대가며 말을 했다.
당연 그 말은 자알 먹히고
맥주 1000cc면 세상이 환해보인다는 울 남편의
약점을 공략하기 위해
저녁대신 낙지볶음을 시켰다.
당연히 따라오는 맥주잔.
왈칵왈칵 우리의 행복을 자축하며
알딸딸해진 남편의 모습을 학수고대 했었다.
그리고 그 날밤.
그의 저항할 기세 없는(?)남편에게 나의
프로젝트를 와락 쏟아부었다.
유난히 입덧을 심하게 했던 나.
둘째아이의 잉태를 얘기했더니
처음엔 황당한듯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자신의 또다른 존재에 대해선
본능적으로 애정이 존재하는법
이 남자 둘째아이를 출산할때까지
또다시 내게 황후대접을 열심히
수발들어줬다.
이 아이가 세상을 본다고 떼를 쓰는날.
문득 창문을 열어보니
간밤에도 오지 않던 새하얀 눈이
함박 내리고 있었다.
고통이 눈녹듯 사라지려는 순간
급박해오는 이 아이의 두드림이
우리 부부의 발길을 부지런하게 했다.
병원으로 가는 그 시간.
온 세상은 정말 마치 동화에서나
나오는 어찌보면 하얀 점토를 입힌
조각물마냥 보이는
아름답기 그지 없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아무도 밟지 않고 흔적이 없었던
새벽 네시의 우리 부부가
뽀드득 뽀드득 눈을 밟으며 병원 문을 제끼고 난 후
남편 말로는 화장실에 가서 볼일을 봐야겠다~
마음 먹은 순간 간호사가 남편을 호명했단다.
예쁜 공주님이시라고.
병실에 올라와 꼬물거리는 아이를 곁에 두고 보니
언니에게 인형같은,친구같은 존재로써의 아이가 아니라
내게 또다시 다른 의미의 기쁨을 주는
새생명이라는 생각이 철부지 엄마의 눈을
아리게 했던것 같다.
나는 그 이후로 또 눈에 넣어도 안아플것 같은
둘째아이를 보면서 동생이 있었으면..바랬던것 같다.
그리고 몇달후 이번에는 프로젝트따위는 절대 적용
하지 않은 순수한 사랑의 결정체인 셋째가
우리집을 정말 북새통 만들고 있는 요즘이다..
요 셋째놈은 적당히 이뻐야할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