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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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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올여름엔 에어컨이나 장만해야지... "


BY 우리집 2001-11-06

우리집 큰아이는 1994년 5월11일생..작은 아이는 1995년 5월29일생..

기억들 하시나 모르겠지만..1994년 여름은 정말 지옥같이 더웠습니다..
사람의 체온이 36.5도에서 37도 정도인데..
그 해 여름엔 38도가 넘는 더위가 며칠씩이나 계속되곤 했었으니까
얼마나 더웠는지 알 만하죠..
특히 갓난아이를 품에 안고 젖을 먹일때는
아이가 젖을 먹는건지..땀을 먹는건지..
게다가 태열이 심했던 딸애의 두뺨은 누가 보기에도 불쌍..그 자체였답니다..
남편과 저는 아주 큰 결단을 내렸죠..
에어컨을 사기로 말입니다..
당시 포항 시내 가전제품 판매점엔 에어컨이 동이날 지경이었습니다.
어찌어찌하여 열평짜리 작은 우리집에 딱 어울리는 작은 에어컨을 샀죠..
헌데 문제는 열흘은 기다려야 달아줄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난감해 하고있는 우리부부를 보고 가게 여사장님께서 다가오셨습니다..
아마도 왜 기다려야만 하는지 설명을 해주시려고 했던 모양입니다..만..
안고 있는 딸애의 얼굴을 보시더니..
"내가 다른 어른들 한테 욕을 먹더라도 태열 심한 아가한테 에어컨을 먼저 달아주어야겠네~~" 하시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부부는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면서 값을 치루었고..
그날로 우리집 거실엔 에어컨이 달렸습니다..
실내온도 30도로 맞추어 놓았는데도 거의 하루종일 실외기가 돌아가고..
딸애는 아주 평온한 얼굴로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되었습니다..

아이의 백일이 막 지나고 난 며칠후..
아무래도 몸이 이상했습니다..
이상하다?? 젖먹일때는 아기가 안생긴다고들 했는데??
약국에서 임신 진단 시약을 사다가 테스트를 했더니..어머나??
긴가 민가 싶어서 큰애를 안고 가까운 산부인과로 갔습니다..
"어서오세요~~ 루프끼러 오셨어요?"
간호사는 갓난 아이를 안고 들어오는 저를 보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뇨..임신검사 받으러 왔는데요.."
간호사는 눈을 동그랗게뜨고 제 얼굴 한번..아이얼굴 한번..번갈아보았습니다..
검사가 끝나고 임신으로 결과가 나오자 간호사가 말했습니다..
"안 낳으실거죠?"
첫아이때도 간호사가 "낳으실 건가요?" 하고 물어서 기분이 별로였는데..
이번엔 아예 안낳을 것으로 단정하고 말을하니 기분이 많이 나빴습니다..
"낳을 거예욧!"
다시는 이병원에 안오리라 결심을 하면서 병원문을 나섰습니다..
물론 그 병원에는 다시가지 않았습니다..뿐만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도 그 병원은 이상하니 다른병원으로 가라고도 했습니다..
다른 병원에서는 이렇게 묻더군요..
"계획임신 이십니까?"

딸애가 점점 커가면서 제 배도 점점 불러갔습니다..
저를 보는 사람들의 반응은 대개가 "쯧쯧쯧..."으로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한마디씩 거든다고 하는 말이..
"딸배네..우야꼬??"
"생리없이 까막으로 들어선 아는 딸이라카는데.."
지금생각해도 참으로 씩씩했던 저는 그런말에 기한번 안죽었더랬습니다.
딸애 돌잔치하고 보름뒤...전...아들을 낳았답니다..
친한 친구가 축하해 준다고 장미꽃을 한다발 사들고 왔길래..
"니가...아 젖먹일때는 아 안생긴다 안했나?" 하고 따져 물었더니..
그 친구 히죽히죽 웃으며 하는 말이..
"에어컨 사더니 아들생겼네?? 나도 올여름엔 에어컨이나 장만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