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듯한 햇살이 여지없이 창을 뚫고 들어온 베란다를 바라보며 앉아 있는 이 자리는
그 어느 누구도 부럽지 않은 나만의 보배로운 자리이다...
풀내음 가득한 베란다엔 이제 금방 물을 흠뻑 머금고 깨끗한 옷으로 갈아 입은 듯
그 자태를 뽐내고 있다...
아이비, 고무나무, 바이올렛, 베고니아, 영산홍, 파킬라, 관음죽, 군자란, 선인장 등등 이름모를 화초들과 더불어 나를 즐겁게 만들어 주고 있다.
이 몇 년 된 화초들인가.
나의 사랑을 흠뻑 받고 사는 이 화초들은 무척이나 행복한,
주인 잘 만난 풀과 꽃들이 아닌가 싶다...
너무나 정이 든 나의 화초들......
이제 중3이 된 아들이 보행기를 타고 다니면서 뜯어 먹었던 화초
누군가가 아파트 화원에 툭 던져버린 다 죽어가던 군자란....
자기가 키우면 이상하게 화초가 죽는다고 하면서 나에게 주었던 꽃나무...
이 모든 것들이 나의 정성과 보살핌으로 쑥쑥 자라 이제는 성인이 된 듯한 화초들이다.
무슨 비결도 없었다... 영양제를 주었다든가....분갈이를 열심히 했다든가...그런일은 드물었다....항상 떡잎이 생기면 떼어 주고 닦아 주고 이곳저곳 살피면서 흐뭇한 미소로 화초와 가깝게 한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한겨울 동안 베란다에 활짝 피어 있는 영산홍, 봄이 되면 군자란과 베고니아가 꽃을 피우고 거기에 퓨리뮬러 몇 개 사다 친구해 주고 그 다음엔 공작 선인장이 내얼굴 만큼 크게 활짝 피어 그 진한 핑크빛으로 베란다 화원을 화사하게 만들어 준다...
그 무수한 잡란들....이름모를 풀이기에 그냥 잡란이라고 했다..
울타리 화분에다가 봄이면 엄청 새끼 치는 것들을 잘라 심어 놓으면 금방 무성하게 올라온다....그화분들을..강가에서 주워 온 동글동글한 돌멩이들과 함께 나란히 화초들을 둘러쌓아 놓으면 이보다 더 멋진 화원은 없을 것이다....
등나무도 심고 싶고 자갈도 깔고 싶고 인조잔디도 심고 싶고....
무한한 행복감에 빠져 본다...
불가능한 일은 아니기에 상상의 날개를 펼쳐본다.
유리창문을 모두 달고 키큰 나무들과 꽃들, 그리고 빼 놓을 수 없는 티테이블.....
꽃향기와 풀향기를 맡으면서 차를 마시고 있는 나의 모습.....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의 담소......
얼마나 멋진 풍경인가.....
베란다에서 풋풋한 풀내음을 내며 자라고 있는 나의 화초들아..
나의 사랑과 정성을 듬뿍 받고 그 생명 다하는 날까지 예쁘게 싱싱하게 커 다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