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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1)-첫 인사


BY bingo2 2001-11-02

안녕하세요.

매일 좋은분들의 글을 읽으면서 빚지고 사는 기분이었는데...
이제야 저도 조금 빚을 갚을 수 있을까 해서 용기를 내었습니다.
사실 남한테 빚지고는 하루 밤도 못자는 성격(?)이라서..

제가 이제야 인터넷 세상에 이름을 올리기까지는 눈물겨운(?) 투쟁 의 시간이 있었거든요. '3년여의 걸친 ... 컴퓨터라는 것이 저희집에 생긴 것이 2년정도 밖에 안되요.(참고로 말씀드리면 제 남편은 컴퓨터를 전공해 아직까지 그거로 저와 아이들을 벌어 먹이는 컴퓨터 프로그래머임.)

자기야 우리도 컴퓨터 한대 사자 ...그래야 자기도 밤 중에 직장 다시 안가도 되고, 나도 인터넷으로 신문도 보고(참고로 우린 신문도 안봄) 그리고 요즘은 애들도 컴퓨터를 일찍부터 해야된데...기타등등 제가 컴퓨터를 하나 장만해야 되는 이유를 한 열가지쯤 되고 온갖 아양과 협박을 해도 언제나 돌아오는 대답은 "안돼"였습니다.2년전까지...

남편의 표면적인 이유는 첫째 자기는 집에서까지 컴퓨터를 보면서 일에 대한 부담을 느끼고 싶지 않다. 둘째 자기는 컴퓨터 없이도 충분히 공부를 잘했으며, 그 나이 (2살, 4살) 어린아이들에게는 밖에서 뛰어 노는 것이 더 중요하다.그리고 신문이라도 보고 싶다는 나의 요구는 그야말로 일고의 가치도 없는, 재고의 여지도 없는 등 따습고 배 부른 여편네 투정이다.신문은 봐서 뭐하냐.여자가 살림이나 잘하면 되지.(역시 참고로 전 대학때 전공이 신문방송학이었음)



요즘도 이렇게 무식하고 간 크고 막가파인 남편이 있다는 것이 믿어 지세요. 제가 지금 생각해도 치가 떨릴 정도데 당연히 이해못할것임.이렇게 컴퓨터란 단어 자체를 포기할 즈음 기적이 일어났으니...

어느날 내일까지 해 주어야 하는 일이 있어 저녁 먹고 다시 출근, 밤새고 있는 남편을 본 직장 상사가 왜 여태 여기 있냐 묻더래요. 집에서 하지 ...그래서 우리 남편 창피한 줄도 모르고 , 저 컴퓨터 없는데요 했데요. 그랬더니 남편상사 너무 놀라 정말,( 영어로 really를 연발하며서) 다음날 회사에서 놀고 있는 컴퓨터 한대를 무상 무기한 대여했습니다. 좀더 나은 노동력 착취를 위해...그래서 컴퓨터가 생기고 인터넷 서비스 신청하기까지 다시 일년반...결국 제대로 인터넷이란 신세계를 환희와 경외의 눈으로 접하기 시작한 것이 지난 달.제가 이제야 여기에 인사드리게된 경위입니다.

눈치빠르신 분들은 아셨겠지만 제 남편이 컴퓨터를 거부했던 진짜 이유는 단 하나 돈이에요. 친정에서 별명이 '왕짜다'인 우리 남편.회사에 팽팽 도는 최첨단 컴퓨터 나두고 집에 컴퓨터 사기가 낭비다 싶었나봐요.인터넷 서비스료 역시.그러니 인터넷 서비스 신청을 위해 제가 투쟁했을 1년 반의 세월은 말씀 안드려도 아시리라.

그런데도 아직 제가 이 무지막지하게 인색한 남편과 사는 이유는 그래도 자기 자신한테 제일 인색하고 그 다음 아내인 저한테,그 다음이 아이들, 다음이 부모님 형제이기 때문입니다.(그래도 참을 만한 이유는 친가나 처가나 간에 공평하게 후함. 물론 자기 기준에서지만) 그리고 비교적 남에게는 후한 편임. 사실 남편에게 아부가 지나쳤는데 안 그러면 앞으로 이 생활하는데 지장이 있을까봐.남편이 제 아이디를 알거든요.아무튼 '왕짜다' 에피소드는 무지하게 많음. 후에 다시 말씀드릴 날이 반드시 올 것임.

서론이 무척 길어졌네요. 아무튼 이제 첫인사를 들였으니 자주 뵙도록 노력하겠습니다.그런데 왜 제목이 '여행 중'이냐고요.어떤 분이 그러는데,외국에서 사는 건 긴 여행을 하는 것과 같다고 하더군요. 전 그런 의미에서 지금 8년째 여행 중이거든요.한국 사람들에게 가장 가깝고도 먼 나라 미국에서.이곳에서 산다고 뭐 대단히 특별하지는 않지만 조금은 다르고 많이 비슷한 제 이야기를 앞으로 전하기로 하지요.

처음이라 어색하고 서툰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하고,,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