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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한 당신


BY ns05030414 2001-11-01

남편은 '장가 잘 갔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사실 여편은 누가 봐도 알뜰하다.
잠시도 손을 놀리지 못하고 무엇인가를 한다.
그래서 집에는 여편이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 것들이 많다.
조그만 상자들은 예쁜 천을 씌워 연필통이나 자질구레한 것들을 정리하는 하는 데 사용된다.
벽에 걸린 것은 여편이 직접 수 놓은 십자수 액자들이다.
화장실 앞 발닦개도 여편이 노끈을 이용해 직접 짠 것이다.
자투리 천을 이용해 만든 바구니들도 집안의 이곳 저곳에서 한 몫을 단단히 한다.
커튼이며 방석은 말 할 것도 없다.
직접 인형을 만들어 선물을 하기도 하고 장식용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 들이 사는 집을 방문한 사람은 누구든 여편의 솜씨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남편도 여편을 칭찬하는 말을 듣는 것은 싫지 않다.
어느 땐 이런 여편이 은근히 자랑스럽기도 한 것이 사실이다.

칭찬 듣는 것을 싫어할 사람이 어디 있을까?
여편도 주위 사람들의 칭찬에 신이 나서 더 열심이다.
집안에서 소용되는 것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선물하기를 좋아한다.
선물 받은 사람들은 돈 주고 살 수 없는 물건들이 신기해서 여편에게 칭찬의 말을 아끼지 않는다.
여편은 그 것이 쉽게 찢어지는 소쿠리 비행기인 줄도 모르고 신나게 비행기를 탄다.
그리고는 뭔가 새로운 만들거리를 위해 머리를 쥐어짜기도 하고 이런 저런 재료를 사 들이기도 한다.

요즈음 여편은 옷 만들기에 빠져있다.
집안일은 뒷전이고 밤낮으로 정신없이 옷만 만든다.
그렇게 만든 옷은 언니도 주고, 조카도 주고, 친구도 주고, 이웃도 준다.
물론 자기가 입고 나가 자랑을 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여편의 알뜰함과 솜씨 좋음을 칭찬하고 여편의 코끝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높아진다.

퇴근해서 돌아 온 남편은 옷 만들기에 매달려 있는 여편을 본다.
"여보, 미안...
조금만 기다리면 끝날거야.
마저 끝내고 저녁 차려 줄께."
여편은 잠시 눈을 들어 남편을 보고 이내 옷 만드는 일에 열심이다.
"괜찮아. 나 배 안고프니까 서둘지 말고 잘 해."
말은 그렇게 했지만 뱃속에선 밥 달라고 아우성이다.
방안을 둘러보던 남편의 눈은 쓰레기 통에 가서 머문다.
그 곳엔 옷이 되지 못하고 실패작으로 끝나 버려진 천이 수북하다.
남편은 한 마디 하지 않을 수 없다.
"여보, 월급쟁이 남편 둔 사람이 허구헌날 옷 만들어 쓰레기통에 주면 어떻게 해?"
쓰레기통에 버려지는 것은 못 쓰게 된 옷만 있는 게 아니다.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도 전에 사들여 못 쓰게 된 재료들이 수두룩하다.
남편은 외치고 싶다.
"누가 여편을 알뜰하다 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