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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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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여지는 나에 집착하다 보면


BY ggoltong 2001-10-31

스무살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칼럼 아저씨가 있다.
지금은 김규태인지 이규태인지
기억도 가물가물 하지만
아무튼 그 아저씨 책이 서점에 떳다~!하면
곧바로 사서 정말 정독하듯 읽었었다.

오래 세상을 살은 사람이라 그럴까?
어째 한마디 한마디가 모두 지당하신 말씀으로
여겨지고 마치 내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길잡이 같은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이라
생각되었다.

그 아저씨 말씀중에 한국인의 특성을
따잡아 적어놓은 책이 기억난다.
한국사람은 특히 어떻게 자신이 보여지냐에
상당히 민감하다 했다.
그래서 체면치레도 은근히 하게 되고
겉치레역시 그 보여지는 나에 치중을 많이
두기 때문이라는 뭐 그런 말이 였던것 같다.
난 그 짧막한 아저씨의 말씀속에서
어째 낯이 붉어지는 그런 느낌을 받았었다.
그 얘기로 보아하니 나는 필시 순토종 한국인
임이 틀림없었다.

정말 나는 보여지는 나에 상당히 집착해왔다.
학창시절에는 일류대다니는 오빠와 장학금 받고다니는
동생 틈에 끼어 가끔씩 내 부모는 아무렇잖은데
주변 사람들의 도마위에 물컹물컹 내가 올려졌었다.
공부는 못해도 자존심은 일류대감이였던 나.
그래서 그런지 더욱 더 떳떳해지고 기고만장하고 싶어
나는 항상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할려고
거의 또라이 짓을 많이 해왔다.
나는 지금에 와서야 그런 행동이 '또라이'짓이였다는걸
깨달았다.
남이야 어떻게 얘기하건 말건
내 생활신조대로 밀고 나갔어야 하는데
나는 내 주관적인 것보다
객관적인 모습으로 나 자신을 참으로 많이
괴롭혔던것 같다.

지금 나는 많이 변해있다.
이런 모습의 나를 원했던 것은 아니였는데
만인의 입맛에 잘 맞는 내가 되다보니
나의 본연의 모습은 어딘가 묻어져 버리고
개성없는 모습의 나로 돌연변이를 한 모양이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의 공부는 못했어도 끼가 다분했던
천방지축의 내 모습이 참으로 좋아보였다.
까짓거 공부잣대로 쭈욱 대보며
잘될놈,못될놈 그런 소리일랑 접어뒀어야 하는건데
그런 나의 소리에 당나귀모양으로 그리 살다보니
철들자 이별이라 그 승차권을 휘리릭 내가
끊어 사용했던것 같다.

무엇보다도 주관이 뚜렷한 사람,
자신의 소신대로 인생을 가꿀줄 아는 사람만이
잘했던 잘못했던 간에
죽는 순간 가슴어느 구석엔가
박하향이 숨쉴것만 같다.

지금이라도
내 본연의 모습을 찾기위해 노력해야겠다.
올 겨울이 훌러덩 식은 호박죽 먹듯
다 지나가기 전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