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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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짱구 (1)


BY 공주 2001-01-27

짱구는 울 옆집에 살던 여자 아이다.
짱구는 나보다 한살이 많았는데, 키는, 내 기억에는, 내 어깨를 넘은적이 없다. 짱구가 한참 작을때는 내 허리정도(?)올 정도였다.

어릴적 나는 맨날 아침에 눈뜨면 처음으로 하는짓이 내 인형들 잠옷 벗기고 평상복으로 갈아 입히는것이였다. 요즘 바비인형 비슷한 인형을 한 열개쯤 가지고 있었는데, 맨날 인형들 머리 빗겨주고 옷 갈아입히는것이 나의 아주 중요한 일과였다.
반면 짱구는 울 오빠랑 프라스틱 군모쓰고 기관총 옆에 차고 동네아이들 때리러 다녔다.

짱구에 대한 아픈 기억, 둘.

하나,
내가 길을 걷고 있었다.
순간 뒤에서 들리는 짱구의 고함.
"야! 너 거기 서!"
이유는 기억이 안난다. 짱구의 고함을 듣는 순간, 난 엄청난 공포감에 휩쓸렸다. 그래서, 무작정 뛰기 시작했다.
"거기 서지 못해!!!"
짱구도 달렸다.
다리는 길지만 느린 나와 다리는 짧지만 빠른 짱구의 거리가 좁아졌다.
다급한 마음에 눈에 띠는 것은 벽 옆의 전보대.
긴만큼 얇은 나는 벽과 전봇대 사이를 통과해서 달릴 결심을 했다.
짱구는 짧지만 두꺼우니까 걸릴것이라는 직감.
직감은 틀렸다.
벽과 전봇대 사이에 허우적거리며 걸린것은 짱구가 아니고 나였다.
전봇대에 걸린 불쌍한 나를 낚아챈 짱구는
그냥 내 허벅지를 물어버렸다.
아아아악---------

둘,
울 집 바로 내 방이였다.
내 방임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방문을 어떻게 잠그는지 어떻게 여는지 몰랐다. 근데, 내 방임에도 불구하고 짱구는 알았다.
나를 내 방에 감금한 짱구.
"빌어!"
울먹이는 나.
"왜?"
"못 빌어?!"
"내가 잘못했어. 흑흑흑."
그럼에도 불구하고 짱구는 나를 막 꼬집고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그랬다. 큰소리로 울면 죽인다는 무서운 협박에 나는 흐느끼고 있었다.
순간, 열쇠로 방 문을 따고 들어온 내 동생.
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기 전이니까, 그때 내 동생은 한 4살쯤 되었나. 계산이 안된다.
깜짝 놀란 짱구.
다짜고짜 짱구의 허벅지를 물고 늘어지는 울 동생.
"아악!!! 놔! 놔! 아악!!!"
짱구는 비명을 지르며 내 동생의 머리를 마구 내리쳤다. 내 동생은 쥐만한 눈을 불끈 감고는 그 작은 이빨을 짱구의 허벅지에서 빼지를 않았다. 동생이 짱구의 주먹에 머리 터져 죽을 까봐, 난 옆에서 동동 구르며 엉엉 목을 놓고 울었다.
"놔! 놔!"
짱구는 동생을 마구 내려쳤다.
동생은 악날한 강아지처럼 물고 늘어졌다.
그 눈빛은 반짝 반짝 빛났다.
"엉엉엉-----"
짱구가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 소리에 놀란 울 식모언니가 뛰어오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내 동생을 억지로 억지로 짱구에게서 뜯어놓았다.
동생은 마침내 씩씩거리며 짱구에게서 떨어졌다.
짱구는 바닥에 쓰러져서 엉엉 울었다. 그 날 짱구의 허벅지에서 피가 철 철 났는데.
울 엄마는 짱구 엄마에게 (울 엄마랑 짱구엄마는 친구다) 사과하지 않았다.
나중에 엄마는 내 동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며 동생을 칭찬해 주었다.

난 짱구가 너무 무서웠다.
울다가도, "야, 짱구다." 하면 무서워서 뚝 그쳤다.
하늘이 도와서 난 이사를 가게 되었고, 악날한 짱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수가 있었다.

그런 짱구를 20년이 지나서 다시 만나게 되다니.
20년 후의 이야기는 다음 시간에...........
(왜 다음 시간? 난 바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