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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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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길(53) *시월의 마지막 날에...*


BY 쟈스민 2001-10-31

너무도 아름다워서 가슴시리던 시월이
어느새 달랑 한잎 남은 잎새되어
바람에 펄럭인다.

문득 바라본 거울에서 낯선여자를 본다.

그렇게도 맑고 초롱한 눈동자로
나의 남자를 반하게 하던 그 모습
이젠 어디로 갔을까 ...

퇴색되어진 세월의 흔적으로
때얼룩이 되어 그렇게 남았다.

갈색머리 사이로 언뜻 언뜻 비쳐난
희뿌연 머리칼이 이름없는 잡초처럼
반갑지 않은 손님이 되어 내게로 와 있는 지금

사십의 고갯마루에 다다름은 참으로 빠르기도 하다.

번득이는 기억력으로 수첩이 필요없을 만큼
수 없는 전화번호를
머리속에 넣고 다녔었는데 차츰 수첩을 여는 시간이 늘고 있다.

뽀얀 단장을 하고 나서면 스스로가 화사해져서 날아갈 듯
기쁨을 감추지 못하던 시간들이 분명 내게 있었는데...
언제부터였을까 ...
점점 희뿌연 안개속을 걷고 있는 것처럼
희미해지고 마는 그 화사함 앞에서
자꾸만 진한 루즈를 바르고 있는
나를 본다.

눈으로 보이는 모습이 전부가 아니라고
스스로에게 되뇌이면서도
어느틈엔가 위축되고 있는 자신을 보기도 한다.

길을 가다가 우연히 지나치는 이에게서
나를 발견할 때가 있다.

어떤이는 아주 오랫동안 나의 눈길을 머물게 하는 이가 있다.

결코 요란한 치장을 하였거나, 진한 향수냄새가 아니더라도 은은한
멋에 매료될 때가 있는 것이다.

그의 내면을 모르고서도 한번쯤 말을 건네보고 싶을 만큼
누군가에게 친근함을 줄 수 있는 이는 참으로 멋져 보인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서도 자신만의 멋을 잃지 않을 수 있고
세월의 흔적으로 늘어가는 주름 몇개에 연연하지 않을 수 있으며
감정의 흐름을 스스로 잘 컨트롤 할 줄 아는 이는
내게 친구가 되고 싶게 한다.

살아가면서 제일 어렵게 생각되는 이는
남의말 많이 하는 이가 아닌가 한다.

자신이 마음에 들어하는 이에게는 입안의 혀처럼 굴고 ...
자신과 조금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하여 마구 비난의 화살을 쏟아
붓곤 하는 이를 만날때면 나도 모르게 마음의 문을 닫아 걸게 된다.

늘 한결같은 사람이 된다는 건 어찌보면 참 어렵고도
자칫 재미없는 사람처럼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오랜세월을 함께 보내어도 늘 그 대중일 수 있다는 건
그만큼 쉽게 이리 저리 휩쓸리지 않는 자신만의 중심을 잘 지켜낸다
는 이야기가 될런지도 모른다.

어김없이 찾아드는 계절의 아름다운 변화에
사람들의 마음이 순화될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다.

저마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자신의 생각대로 살 권리를 갖고 있건만
사람들은 온통 자신의 생각에 꿰어 맞추기 위하여
오늘도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시월의 마지막 날에는 ...
홀로 앉아 나를 들여다 보기로 한다.

나의 생각을 분명히 말할 수 있으며
타인의 생각도 인정할 줄 아는 조금은 넓어진 가슴으로
11월의 문을 열어 보려 한다.

잊혀진 시월이 아닌
정말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시월이었으면 ...

쓸쓸한 공허로움 보다는
다가오는 시간들에 대한 알 수 없는 희망으로
마지막 날에도
가슴아프지 않았으면 ...

걸어잠궜던 마음의 문을 열고서
먼저 다가갈수 있는
마음 따뜻한 이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