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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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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끼하고 놀다가...


BY 雪里 2001-10-30


"영규야, 빨리! 빨리와봐!"
밖을 내다보고 있던 그이가 손을 까불대며
목소리를 낮추고 불러댄다.
큰아들 이름으로 나를 부르는 그이가 다급하다.

고무장갑을 미처 빼내지 못한채로
그이의 손끝을 따라 시선이 따라가다 멈춰섰다.

장끼두마리가 주위도 의식하지 않은채 거실창 가까이까지 와서 뭔가를 열심히 주워 먹고 있는거다.

빨간 머리에 흰 목끈을 두르고
화려하고 멋진몸에 긴꼬리를 자랑하는 두마리의 꿩은,
날개를 펴서 살짝 언덕을 내려 앉아보기도 하고,
감나무위를 올라 앉으려 하는듯 하다 내려오기도하며
여유로운 풍경을 만들어 보여 주고 있다.

"형제인가봐요,덩치가 비슷한게."
옛날 어렸을적 숨바꼭질 할때의 숨고르기를 하며
우리 부부는 바짝 다가 앉아서,
꿩을 한참 쳐다 보다가, 둘이 얼굴 한번 쳐다보고 웃고,
또 꿩을 한참 쳐다보고....

산까치 한쌍이 날아와 별로 곱지 않은 목소리로
같이 놀자는듯 감나무를 오르내린다.

지난 여름날 아침에는
산닭들이 집단으로 내려와서 놀다가더니
이젠 꿩들이 놀러 온다며
무턱대고 시골을 좋아하는 그이는,
내년에는 콩을 심어 꿩들과 나눠 먹어야겠다고
처음으로 동물원에 구경나온 어린애가되어
거실에서 걷는 걸음조차 조심스럽다.

시골에서 살아본적이 없는 그이는
아무것도 모르고 시골생활을 동경한다.

채소는 씨만 뿌려 놓고 싹터서 크면 뽑아 먹으면 되는거고
가축은 가둬놓고 먹이만 주면 저절로 크는것으로 착각을 한다.
그러면서 시골을 그냥 좋아한다.

꿩들이 얼마나 시골사람들을 해롭게 하는지도 모르고
콩심어서 같이 먹자하는 그이를 보면 농부들은 뭐라 할런지.

아침부터 장끼들하고 놀다와서 신이난 그이와 나는
출근하는 차안에서 시골 예찬론자가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