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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호스 아줌마의 신문읽기 37 - [영화]「하루」배포.상영금지 가처분 신청


BY 닭호스 2001-01-26



태교.태담(胎敎.胎談) 시스템을 개발해 미국특허를 획득한 ㈜대양이앤씨는 19일 한지승 감독의 영화「하루」(20일개봉)의 제작사인쿠앤필름과 개봉관을 상대로 서울지법에 `영화배포와 상영금지 가처분신청'을 냈다고 밝혔다.


대양이앤씨 임영현 사장은 "이 영화의 주인공 부부가 세계최초의 태교.태담시스템인 `아가소리'제품을 구입해 단 한차례 태담을 나눈뒤 임신중인 태아가 무뇌아로 판정받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며 "이에 따라 이 제품이 태아가 무뇌아로 되는데 한원인을 제공한 것으로 관객들을 오도할 가능성이 높아 배포 및 상영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게 됐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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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 수많은 며느리들이 명절증후군을 앓으며 분주하고도 힘든 시간의 절정을 달리고 있던 설 바로전날 오후와 저녁시간 남편과 나는 시내의 한 영화관에 들러 눈물나도록 슬픈 한 편의 영화를 보고.. 눈물나도록 이쁜 한 식당에 앉아 지독스레 양많은 스파게티를 한 접시씩 비워냈다...

우리가 봤던 영화의 제목은 "하루"였다.
이 영화에서 고소영과 이성재 두 남녀가 결혼 5년차의 아이가 없어 슬픈 젊은 부부로 나온다.. 우여곡절 끝에 그들에게 생긴 아이는 윤진이라는 이름의 딸아이인데.. 무뇌증으로 판명났던터라.. 엄마의 결단에 의해 장기를 기증하고 하루만에 세상을 떠난다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를 보러가며 나와 남편은 손가락을 걸고 약속을 하였다. 이번만은 꼭 내 취향을 영화를 보겠다고..

나는 남편을 만나고 한 번도 내가 보고 싶었던 영화를 본 적이 없었다.

그와 내가 처음본 영화는 "쉬리"였는데.. 선보고 두번째로 만난날, 바쁜 시간을 쪼개서 자신은 이미 보았다던 영화인데 일부러 멀리 있는 극장에 가서 표를 예매하고 학원까지 나를 데리러와준 그 친절이 고마워서 눈물까지 흘리며 보았지만.. 그 영화 역시 나의 취향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그 이후로 본 영화들을 열거하자면...
연애할 땐 자고로 괴기영화를 봐야한다는 주위의 충고를 들었다며.. 보자고 우겨서 하는수없이 보긴 봤지만.. 그 이후로 석달 열흘은 티부이만 보면 그 속에서 뭣이 꿈틀하며 나올것같은 악몽에 시달렸으며...
그리고 그에 이은 스타워즈 에피소드와 미이라, 인정사정 볼 것 없다..그리고 최근 본 키아누 리브스 주연의 연쇄 살인범 이야기를 다룬 왓쳐에 이르기까지..나는 목숨을 걸고 영화를 보았으며.. 매 영화를 보고 나올때마다 이 인간과 다시는 극장에 오지 않겠다고 다짐을 굳히곤 하였다...

또 우리가 스타워즈를 보러 갔을때는 같은 극장에서 하는 노팅힐이라는 영화를 보기로 철떡같이 약속을 하여놓구선 가서 보니.. 노팅힐보다 약 30분 더 상영시간이 빠른 에피소드의 포스트를 보는 순간...

"경아.. 너 30분이나 더 기달려서 꼭 노팅힐 봐야겠니?? 난 사람들만 나와서 그저 그런 얘기만 하다 들어가는 영화는 딱 질색이다.. 그리고 그건 난중에 비디오를 빌려봐도 그 느낌이 똑같지만 스타워즈는 극장에서 봐야만 제 맛이다..어떡할래?"

이런식으로 결정적인 순간에 마음이 약한 나에게서 양보를 갈취했었다.

그를 만나, 26년간 남자 한번 없어보다가 생긴 남자이고보니.. 나를 좋아해준 것이 너무나 고맙고 신통방통해서 불면 날아갈까 쥐면 터질까 노심초사하며 양보에 양보를 거듭해온지 일년반이 다 되어간다.
이제는 나도 나의 주장을 펼칠 시기가 도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죽도록 아끼며 알뜰살뜰 가정을 일궈낸 조강지처가
죽고나면 새 마누라를 얻어 장가를 간 남편이 새 마누라가 비싼 옷을 사 입고 멋부리고 있으면...
"죽은 그 여편네는 워째 돈도 쓸줄 몰랐는지 몰러.."
한다는 말을 나를 아끼는 한 측근으로부터 들은적이 있다...

내일은 남편이 좋아하는 핏짜 대신 먹기에 손이 많이 가고 매운.. 그래서 나는 좋아하지만 그는 입에도 대기 싫어하는 야채찜닭을 한 마리 시켜 남편 앞에서 보란듯이 뜯어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