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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 같지 않는 몸


BY 言 直 2000-10-05

내 마음 같지 않는 몸

시월 초 사흘날
하늘이 열리는날
가족과 함께하는 가을 운동회에 나섰다
참여인원이 생각보다 적어
운동경기와는 거리가 한참이나 먼 나 조차
전후반 각 20분씩이나 되는 축구게임에
내가 속한 클럽의 선수로 나갔다
그것도 공격수로 웃을 일이였지
어쩌다 내게온 공을 잔재주 피워가며 몰아가다
빼앗기기 일쑤
패스라도 할적이면 엉뚱하게 상대선수에게 넘어가고
골대 앞에서 결정적 이였어야 할 슛은
수문장 가슴에 힘없이 안겨지고
아니면 골대 옆으로 빗나가고
공따라 뛰다보니 숨은 차 오르다 못해
숨막혀 죽을 지경
마음은 뻔한데 몸은 따로 노니 환장 할 지경
관중 의식하니 실수는 더 늘어만 갔지
어쩔 수 없어 후반전엔 수문장으로 변했지
우리 팀이 우세하여 내 역할은 수월 하더구만
그래도 두번의 슛팅을 보기좋게 잡아냈지
무릎 까지면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스스로 위안하기도 했지
4개 팀이라 결승에 도달되어 또 뛰어야 되니 눈앞이 캄캄했었지
결승전에선 수문장 자리도 빼앗기고
전후반을 기다시피 뛰었다
공 멀리하면서 눈치껏 요령 부려가면서
우리팀이 우세하였으니까 가능했지
그게 나의 한계
내가 한게 없어도 이기고 나니 기분은 좋더구만
승리의 쾌감은 같이 누렸지

천성이 게을러
평소 운동이라곤 않으니 그럴 수 밖에
체격조차 강하지 못한지라
경기 끝나니 무릎은 풀썩 꺾여 주저않고 말았다

쉬려하니
날더러 릴레이에 나가라는 주문이 오더구만
사람 그리도 없든가
또 어쩔 수 없어 나갈 수 밖에
지쳐버린 몸 이끌고
사력을 다해 달렸지
먼저 달리는 2위 3위가 불행하게도 넘어지는 바람에
2위로 바톤을 넘겨줄 수 있어 다행스러웠지
우리편 마지막 주자는 대단한 육상선수의 모습으로
1위를 하더구나
내심 내가 최종주자로 뛸걸
부질없는 생각도 났지

따가운 가을햇살 다 받아 그나마 변변찮은 몰골은
전쟁치른 패잔병 모습과 흡사하더구나 내가 봐도
하반신은 돌덩이 같이 굳어가기 시작했지
대엿세는 족히 제대로 걷질 못할거야
엉거주춤한 모양세는 우습겠지
늙어감을 이렇게도 알수 있는것

그래도
게으른 내 천성으로
운동은 하지 않을거야
그럼 내년엔 이보담 더 심하겠지
또 늙을 테니까
늙는다는 것에 후회할까
아니 난 후회하지 않아

시월 초 사흘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