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그란 얼굴, 투명한 피부, 초롱초롱 까만 눈......
에구, 에구, 예쁜 내 새끼, 엄마는 가슴이 설렌다.
엄마는 때 묻지 않은 아들이 좋다.
아들의 까만 눈을 보면 가슴이 아리다.
이 순진 무구함을 영원토록 지켜 줄 수 있다면......
초등학교 이 학년이 된 아들이 학교에서 돌아왔다.
귤 껍질을 벗겨주며 엄마는 물었다.
"아들아, 반장 선거 했니?"
"엄마, 반장이 뭔데?"
입 안의 귤을 서둘러 삼키며 아들이 물었다.
이럴 때 엄마를 바라보는 아들의 눈은 잘 익은 머루 알 색깔이다.
엄마가 지켜주고 싶는 그 순진 무구함을 담은 눈이다.
엄마는 움찔한다.
시꺼먼 속내를 들킨 것 같아 얼굴이 뜨거워진다.
"모르면 됐어, 뭐 그런 것이 있어."
엄마는 부끄러워 적당히 얼버무리고 만다.
며칠 후 아들이 의기양양하게 돌아와 말했다.
"엄마, 내가 반장 됐어."
"너, 반장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했잖아."
엄마는 믿어지지 않았다.
"아뭏든 오늘 반장 선거를 했는데 내가 반장이 되었어."
"어떻게 했는데?"
아직도 엄마는 믿어지지 않는다.
아들의 설명을 들으니 반장이 되긴 분명히 된 모양이다.
아들은 끝으로 덧 붙였다.
"선생님이 집에 가면 엄마 좀 학교에 오라고 하셨어."
그래서 엄마는 반장 엄마가 되었다.
어린이 날, 스승의 날, 소풍 날, 운동회 날, 육성회 모임......
엄마는 반장 엄마 노릇을 해야했다.
반장 엄마 노릇은 이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해야했다.
반장 엄마 노릇은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었다.
많은 반장 엄마들이 있었고 그 들과 보조를 맞춰야 했다.
잘 난 체하는 엄마도 어쩔 수 없을 때가 많았다.
싫어도 해야 하는 일이 많았다.
엄마는 속이 상했다.
엄마가 앞장서서 아들의 순수함을 해치는 것 같아 마음이 아팠다.
잘 익은 머루 알 같은 아들의 눈동자가 자꾸만 떠올라 마음이 아팠다.
아들이 삼 학년이 되었다.
"아들아, 올해는 반장하지 마라."
책 가방 끈을 바로 잡아주며 엄마는 말했다.
"왜, 엄마? 나는 반장이 좋은데......"
아들은 섭섭한 눈치다.
"왜 좋아?"
"반장을 하니까 아이들이 내 말을 잘 들어."
엄마 마음에 염려가 스쳐간다.
아들의 순수함에 이미 얼룩이 진 것은 아닐까?
"다른 아이들도 너 처럼 하고 싶을꺼야. 너는 한 번 해 보았으니 이 번에는 양보하는 것이 어떨까?"
"그래도 나는 반장이 좋은데......"
아들은 반장자리가 아무래도 탐이 나는가 보다.
"알았어, 엄마는 엄마 의견을 말한 것 뿐이야. 너하고 싶은 대로 해도 좋아."
엄마는 자신이 없다.
무엇이 아들을 위하는 것인지 자신이 없다.
그저 품에 한번 꼭 안아주고 학교에 보냈다.
며칠 후 아들은 말했다.
"엄마, 나 부반장이야."
"왜?'
"올해는 양보하겠다고 했는데도 날 찍은 아이들이 있었어."
아들은 미안하다는 투로 말했다.
"너 반장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어?"
"생각해 보니 다른 아이들도 하고 싶을 것 같아서....."
"에구,에구, 예쁜 내 새끼..."
엄마는 아들을 꼭 끌어 안고 뽀뽀 세례를 퍼붓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