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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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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끄러운 집안 이야기(1)


BY 김영미 2000-07-25


* 이글은 지난 5월 대전 시청에서 공모한 건전 가정 실천 수기

밝은 가정 상에 당선된 본인의 글입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느낀 것을 쓴 것입니다.*



< 시끄러운 집안 이야기 >



나는 요즘 엄마다.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요즘 엄마다.

별난 엄마가 되고 싶었던, 그렇지만 평범할 수밖에 없는

보통 엄마다. 그 나이 또래 애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똘똘하다는 소리를 듣던 큰아이가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난 아이에게 바라는 것이 없는 보통 엄마가 되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바람은 매우 작은 것으로 아주 간단하고 아이에게 바랄 수

있는 최소한의 것이라 착각하였다.

'학년이 올라감에 따라 무슨 일이든 제 스스로 알아서 척척

해내고 숙제나 방 정리는 물론, 생활 면에서 남보다 뛰어난

아이! 학교에서 돌아오면 알아서 손 씻고 곧바로 숙제를 하며,

책가방을 챙기고 나면 제가 놀고 싶은 대로 실컷 놀고, 잠자리

들기 전에 1-2시간은 독서를 하다가 잠자리에 드는 그런 아이!'

이 정도는 큰 욕심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큰애는 그런 대로 공부를 했지만 생활 면은 엉망이었다.

이제 초등학교를 갓 들어간 애가 잘하면 얼마나 잘할까?

그렇지만 당시에는 전혀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다.

왜?

첫 애이기 때문이었다. 엄마 된지(?) 오래되지 않아서 엄마는

아이의 모든 것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또 내 아이는 남과 다르다는 교만한 마음도 한편 있었던 것 같

다. 그렇지만 아이는 생각과 달리 갈수록 수동적으로 되었다.

"엄마, TV봐도 될까요?"

"물먹어도 될까요?"

식으로 무엇이든지 허락을 구했고 숙제할 시간에 들여다보면

엉뚱하게 동화책을 보고 있었다. 게다가 학습지는 필수(?)여서

아이의 능력이나 역량은 생각하지 않았다. 다른 애들 보다 뒤

처질까봐 좋다는 학습지 2-3가지를 택해 놓고

'난 그래도 다른 엄마보다는 나은 편이다.'

며 은근히 잘난 엄마인양 스스로를 합리화하였다.

아이는 책상 위엔 학습지, 무릎 위엔 동화책을 올려놓고

방문을 열어 젖히는 엄마를 보고는 움찔한다. 이때마다

되풀이되는 야단치기, 악쓰기, 때려주기가 반복되었다.

"왜 할 일을 남겨 놓고 딴 짓을 하느냐?"

"할일 먼저 해놓고 놀아야지!"

아니면

"왜 엄마를 속이느냐?"

며 원칙만을 강조했다.

사실 할 일을 먼저 해놓고 놀면 그게 어디 아이일까?

마흔이 넘은 나이에 아직도 할 일을 미루어놓기가 일쑤인

나 자신이고 보면....

아이에게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설정해 놓고 꿰어 맞지 않는다

고 요란을 떨었던 것이다.



학교 시험은 당연히 100점을 맞아야 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와서

"오늘 시험에서 나 혼자 100점 이예요."

또는

"4과목 다 100점 이예요."

하면 잘했다는 빈말도 없이 당연히

"그래, 너희 반에 또 누가 100점이더냐?"

는 엉뚱한 질문으로 이웃집 애와 은근히 비교하곤 했다.

그땐 우리 애가 아니면 올백(모두 100점) 맞을 애가 없어야

직성이 풀렸나 보다. 이 얼마나 웃지도 못할 노릇이던가!

사실 아직까지 우리 애는 소위 올백(?)을 맞아본 일이 없다.

정작 기가 막혔던 것은 내 아이 점수를 이웃집 엄마를 통해서

들었던 때였다. 점수 속이기가 한참 진행된 후에도 난 혼자서만

잘난 엄마였다. 그러니 진실을 알았을 때, 어떻게 되었겠는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펄펄 뛰면서 내 아이가 다른 것은

몰라도 정직하지 못한 것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다며 심지어

아이하고 함께 죽자고 협박까지 했다. 내가 그렇게 아이를 몰아

붙이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때는 전혀 몰랐다.



다음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