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밤 마실을 다녀왔읍니다.
그 친구는 직장이 있기에 만나기가 참 힘듭니다.
밤이 늦엊음에도...사람의 목소리가, 내음이 그리워 집니다.
" 늦엊는데...나 놀러가도 돼? "
" 그러세요~ "
나보단 몇살이 아래이지만 우린...가끔 친구가 됩니다.
남편에겐 미리 전화를 하였읍니다.
" 나...** 엄마네 가니까 그리 알아요 "
" 지금 이 시간에?...일찍와~ "
남편에게 보고 하지 않으면... 저를 아는 사람들이 피곤해집니다.
" 우리...식구 거기 왔어요? "
부터 시작해 나중엔 전화번호책을 펼쳐놓고...
나 아는 모든 사람에게 일일이 다 확인합니다.
이유는...
걱정이되서~ 입니다.
이튿날은... 어디갔었어? 의 안부전화 받기에 하루를 소비해야 합니다
압니다.
남편의 지독한 사랑...
그 친구는 반갑게 날 맞아줍니다.
내일 출근때 입을꺼라며 다리미질을 하고 있었읍니다.
그냥...편안히...그네의 옷 다리는 손 놀림을 바라보았읍니다.
일 하는 여자의손! 참 예쁩니다.
아니, 아름답습니다.
다림질이 끝나자 그친구는 내게 묻습니다.
" 형님! 뭐좀 드릴까요? "
" 아냐~ 그냥 앉아있어. "
" 그래두요...커피라두 한잔 드릴까요? "
그 친구의 무언가 주고픈 예쁜 마음을 외면치 못하고...
" 그래, 그럼 "
그냥 고개를 주억거립니다.
밤엔 커피를 안 마십니다.
정말로 온 밤을 꼬박히 새워야 하니까요.
하지만... 아무것도 제가 먹지않고 가면 그 친구의 마음이
편치 않을것 같아 그냥 커피를 마시기로 합니다.
친구는 커피를 타 옵니다.
친구의 몸은 아직도 주방인데... 커피는 이미 제 코끝에 와 있읍니다
향기가...정말로 좋습니다.
그 커피향이...참으로 감미로웁기까지 합니다.
쟁반에 두잔 담아온 커피를 차마 입으로 가져가지 못합니다.
오래도록 코 끝에만 머무를뿐...
" 무슨 커피야? 향이 너무좋다~ "
" 그렇죠? 헤이즐넛 이예요 "
난, 커피~ 하면 맥심만이 전부인줄 알았는데...
그것도 모카골드...
남편은 내가 무얼 좋아하는지 그 종류는 몰라도
커피 심부름을 시키면 꼭 맥심, 모카골드로 사옵니다.
그리고, 남편역시도 커피는 무조건 모카골드만 있는줄 압니다.
계속~ 코 끝으로만... 향기로만 커피를 마십니다.
그 향에 조금씩 취해 갑니다.
마음까지 차분히...내려 앉습니다.
사람이 그리워 찾아갔다가...커피향만 흠뻑 취하고는...
시계를 보니 벌써 밤 12 시가 넘어갑니다.
" 잘 쉬었어. 나..갈께 "
일어서는 내게..그 친구는 커피를 박스채로 제 손에 놓아줍니다.
" 내일...타 드세요. 형님이 너무 좋아하시니..."
그녀의 손이 참으로 곱습니다.
타인을 생각하는 그 마음이 참으로 어여쁩니다.
그 친구의 손 끝에서도 진한 헤이즐넛향이 배어옵니다.
이미, 잠들어 있는 딸아이 옆에서 잠을 청해봅니다.
남편에게 가면 잠자는 남편을 고연히 깨우게 될것 같아서요.
하지만...예상했던 대로 잠은 안옵니다.
책 한권을 눈으로만 읽습니다.
그렇게 밤은 깊어갔고... 또 하루가 저물었읍니다.
밖에 있던 화분들을 하나씩 깨끗히 목욕시켜 거실로 들여놉니다
월동준비를 해야겠기예요.
여긴, 시골이라 도시보다 추위가 빨리 찾아옵니다.
그것들도 생명이 있는데...아직은 살아있는데...
얼어죽게는 할수가 없겠지요.
몇번을 밖으로, 거실로... 왔다갔다 하다보니, 힘이듭니다.
어제 친구가 준 커피가 생각이 납니다.
맛에 앞서 향부터가 이미 나를 행복하게 합니다.
화분의 물이 빠질 동안만...
난 이 향기에 취해있을 겁니다.
그리고...그 향기가 날라가기전, 이렇게 아컴님들께도
헤이즐넛의 향을 나눕니다.
한모금 남은 마지막... 마시고 일어나야겠습니다.
이젠, 웬만큼 물이 빠?별憫熾?
저 화분들은 올해 겨울도 우리네 사람과 함께 보일어 틀은
따듯한 거실에서 겨울을 나겠지요.
그리고...다시금 새봄이 오면, 1 살을 더 먹은 그 나이만큼
이파리를 한두잎~ 더 붙여 놓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