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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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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점심


BY 맑음 2001-10-16

어제 작은언니와 급한 일로 약속이 있었다.
어쩌다 보니 점심시간이 지나가고 있었고 근처에 깔끔한 사원 복지회
관 중국집으로 향했다. 어지간히 손님이 빠져나간 홀은 얘기하며 점심
먹기에 적당했다.
우리는 이름만으로도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짜장면"을 시켰고
기다리면서 버릇처럼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때, 바로 옆 테이블에
서너살,두어살 쳐다만 봐도 얼마나 힘들까 한숨이 절로 나오는
사내아이 둘을 거느린 젊은 엄마가 간짜장을 맛나게 먹고 있었다.
제 돈내고 음식점에 와서 음식먹는데야 무슨 불만이 있을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두아이는 테이블 밑에 들어가 앉아 휴지며 포크며 장터를 만들어 가고
있었고 씩씩한 엄마는 아랑곳 없이 얼마나 맛나게 먹고만 있는지...
그만좀 보라고 찔러대는 언니때문에 고개를 돌려 내 몫의 짜장면을
성심껏 비비다 무심결에 다시 쳐다본 옆테이블, 어느새 씩씩한 엄마는
카운터에 지갑을 열고 있었다.
그런데 맙소사 주인이 잘먹고 떠난 테이블과 주위 풍경에
나와 언니는 도저히 짜장면의 맛을 알아차릴수가 없었다.
온 테이블에 한번씩 닦은듯한 휴지조각이 눈꽃처럼 너부러져 있고
테이블 밑 바닦엔 물고 내려와 뱉아낸 짜장과 역시 휴지조각과
포크까지.....종업원 아주머니 거의 울상이었고 단체손님 만큼이나
테이블 정리에 시간을 쏟아야 했다.
어디로 갔을까? 곧장 뒤따라가 확 퍼붓고 싶은걸 참느라 얼마나
애를 먹었는지...어쩌면 좋을까? 이일을 이건 정말 아닌데...
맛있어 죽겠는 짜장 한 저붐 덜 먹고 옥같이 이쁘기만한 내 새깽이들이 어질러놓은 찌꺼기들 조금치라도 정리하고 일어섰더라면
젊다는것 만으로도 이쁜 그 엄마 얼마나 더 이뻤을까?

새삼스럽지않은 이러한 우리의 일상들이 가뜩이나 썰렁하고 심란스런
이 가을에 또 한번 우리를 기막히게 슬프게한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잘 지어진 근처 체육공원에 가기로 했다.
어렴풋이 깔리는 이 두려움은 무얼까?
" 비온뒤 숲속처럼 말끔한 돌기둥 사이에 또 인테리어 소품처럼
시커먼 봉지와 비어버려 소용이 느껴지지 않는 캔들이 뒹굴면
아! 이번엔 또 어떻게 하지? 또 그저 그렇게 비감에 젖어 주워다
버리며 색바랜 표어같은 한마디를 내 아이들에게 해야할까?
도윤아,성윤아! 너무보기 싫다그치? 네,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