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로위에 떼구르르 굴러다니는
낙엽을 쳐다보고 있자면 어쩐지
안정제 한 움쿰 털어버린 사람마냥
그저 차분하니 잠시 넋을 잃고
바라보게 될때가 있다.
흔한 말로 가을을 타는 게 아닌지..
가을이란 계절.
어찌보면 사계절중 기도와 명상으론
더할나위없는 매력을 지닌 계절이 아닐까..
도란 도란 수다보다는
혼자만의 시간이 어째 운치있게 느껴지는
그러나 때때로 외로움에
가슴을 허전하게 만드는
가을은 그런 계절
그러나
추석지나고 며칠 지났을 즈음
구멍난 가계부에 한참 구멍난 가슴에
창호지 풀칠하여 덧칠하고 덧칠할때
두텁고 따뜻한 털옷을 입혀주는 이가 있다.
한참 가을타는 소심한 이 아내에게
마음 스산한 곳을 치료라도 하듯이
처방전같은 편지 한장 손에 쥐어주고 가는
내게는 나와 닮지 않은 그러나
나와 너무나 닮은 남편이란 이가 있다.
이렇듯 착찹할만치 차분한 계절에
그이와 결혼한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휑해진 나무가지에 꽃을 틔우는
내게는 명약중의 명약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