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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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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동품 숟가락


BY 풀씨 2000-10-02


우리집에서 제일 오래된 물건은 남편의 수저이다

남편의 수저는 총각때 쓰던것인데 결혼해서 지금까지

그 수저를 사용하고 있다

그냥 스텐수저인데 요즘 수저처럼 얇고 날렵한것이 아니라

두껍고 투박하다

이상하게 나도 그 수저를 바꾸겠단 생각을 한번도 한적없고

남편 역시 바꾸어 달랜말을 안했으므로 그냥 그렇게

쓰고 있을뿐이다

햇수로 거의 삼십년이 지났을 법 한데 닦으면 반짝반짝

윤이나면서 새것 같고 어디 한군데 닳은 구석도 없다

이번 생일날 은수저를 준비했다가 내놔볼까 하고 애들하고

의논이 대충되어 넌짓이 의중을 떠 봤더니 무슨소리냐며

한마디로 일축해버린다

내딴에는 오래 사용했고 남들은 애기수저도 은수저를 장만해서

쓴다는데 나이 지천명에 은수저를 장만한들 어떠랴 했는데

남편은 어쩐지 수저를 단순히 밥 떠먹는 도구라기 보다

세월을 같이 해온 정이 그 속에 담겨있었나 보다

어쩌다 아침시간 허둥대다가 젓가락 한 짝이 꼭 바뀔때가

있는데 그땐 남편 표정이 좀 안좋을 때가 있다

어제 딸들이 오래된 물건들을 하나씩 떠올리더니

그래봐야 10년 이쪽 저쪽것들이고 결국은 남편이 "내 수저"

라는 말에 애들도 나도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이담에 그 수저 저 주세요" 둘째가 말하자

"그런게 어딨니 나누어야지 아빠 물건인데"

큰딸이 동생을 나무라고 나선다

"유품으로 남길게 없더니 그래 아빠가 나중에 먼길가면

셋이서 나누어 가져라"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먹먹해졌다

"그렇구나 언잰가는 헤어져야 되는구나"

남편의 수저는 이제 우리집의 제일 비싼 가보이고 골동품으로

이름지어졌다

"비싼 가보로 밥 먹으니 어때?"

내 놀림에 남편은 씨익 그냥 웃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