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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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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향기


BY 염원정 2001-10-09

 

--그녀의 향기--

                             염원정

 

그녀는 언제나 당당했다.
잘못을 하고서도 그랬다.
명문대를 나와 빈둥빈둥 밥만 축내면서도
당당하게 용돈을 달라고 손을 벌렸고,
모기업 입사시험에서 떨어진 것은 운이 나빠서고,
번번히 맞선에서 딱지를 맞는 것은 순전히 부모의 탓으로 돌렸다.
엄마 아버지가 잘 못 만들었다는 것이다.

마치, 아버지 엄마가 조각하는 예술인이고
그녀는 그 조각가에 의해서 만들어 지는 조각품이니
한마디로 말하면 솜씨없는 조각가 때문이라는 것이다.
두 엉터리 예술가에 때문에
미스코리아 예선에서 떨어졌다며 대성통곡을 했을 정도이니
\'남의 탓\'을 밥먹듯 아니, 공기마시 듯 하면서도
그녀는 항상 당당하며 콧심 센 여자였다.

나이 30인 그녀는 배후자를 고르는데 있어서도 그랬다.
손이 커서, 눈이 작아서, 키가 작아서, 웃는게 촌스러워서,
너무 말라서, 뚱뚱하다는 등 주제를 모르고 타박을 했다.
오늘, 그녀는,
모 회사 차장인 \'미스타 주\'와 맞선을 보려고
우아하고 세련된 완벽한 차림을 하고 있었다.
친구의 말에 따르면 \'미스타 주\'는 한마디로 특급열차였다.
중매하는 사람의 말을 다 믿을 수는 없었지만
오늘은 신경이 쓰였다.
좀처럼 말이 없는 친구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을 했다고 해서?
아니지...
그런게 아니라 어젯밤 꿈 때문이었다.

≪ 꿈 ≫≫≫≫≫≫≫ 속 ≫
멀리서 말 울음 소리가 들리는...
안개가 꽃잎처럼 떠있는 숲에,
?--? 꽃을 따 엮어 가슴을 가리고,
-♣♣♣- 나무잎을 꽤어만든 치마를 걸친 그녀가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키큰 나무들이 마구 웃어대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차츰차츰 그녀를 조여오는 나무들...
무섭고 숨이 막혔다.
웃는 나무들은 가지를 마구 흔들어댔고,
긴 허리를 구부렸다 폈다하며 낄낄거렸다.
?????◐.◐??????
\'살려주세요...\' 소리치고 싶었지만, 벙어리처럼 입만 벙긋
할 뿐, 짖눌린 목은 펴지질 않았고, 사시나무 떨듯 오돌오돌
떨고있었다.
그때!
하얀... 말을 탄 사람이 번쩍번쩍한 옷을 입고,
나타난 것이다!
왕자닷! 그림에서만 보던... 영화에서나 보던... 왕자다.
왕자는 떨고있는 그녀를
나뭇잎 처럼 가볍게 안아 올려 말에 태우고는
보석처럼 부서지는 햇살 가득한 들판을 달려
하늘이 닳을 만큼 높은 담을 쌓은 성앞에 섰다.
꽝~~징소리에 따라 성문이 열리고, 풍악소리가 울려퍼지는데...
풍악....소리...어디서 듣던 소리....이?
≪꿈≪≪≪≪≪≪깨 ≫

번쩍! 눈을 떴다.
띠띠띠띠~~~띠띠띠띠~~~~ 시끄럽게 울고 있는 시계!
\'꿈이란 말야? 이 모든 것이 꿈?
어릴때 말고는 좀처럼 꿈을 꾸지않는 그녀는
오늘 꿈은 예사롭지 않다고 생각이 들었고....\'
무엇인가 좋은 일이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시계가 주책없이 울리지만 않았어도...아쉬운 생각이 들어
꾸다만 꿈을 다시 꾸려고 눈을 감았으나 점점 맑아지는 머리는
잠을 쫓아버렸다.

그래도..아쉬워,
한참동안 일어날 생각을 않고 아무리 되새김질을 해봐도
오늘의 꿈풀이는 기분좋게만 나왔다!
끝맺음이 미지수지만, 왠지 그동안 꿈꾸어 왔던,
왕자가 나타날 지도 모르는 데...
그래! 오늘은, 그녀의 친구소개로 맞선을 보는 날이니,
꿈에 기대를 안 건다는 것도 이상한 것이다.
부풀어라 꿈이여~~~~~~~~~~~~~~~부풀부풀~~

어제 잠자리에 먹은 빵 때문인지 속이 거북했다.
빈속에 소화제 두 알을 먹고도 생기 넘치는 모습으로
활기차게 그녀가 드디어 집을 나섰다.

-----호텔 커피숍을 가기 위해 전철을 탔는데...
사람이 많아서 숨 쉬기도 곤란할 지경이었다.
토요일 오후니 그러려니 했지만, 그래도 이렇게 콩나물 시루 같은
전철을 타게 될 줄이야...
이럴줄 알았다면 스타일 구겨지지 않게 택시를 탈걸...
그러나 후회는 항상 지각생이었다.
이미 그녀의 몸은,흔들리는 전철속에 있었고, 꾸역꾸역 들어오는
사람들 때문에 안으로 안으로 자꾸만 밀렸다.
폼나던 구두는 아무렇게나 밟혀져도 주인의 보호를 받을 수 없었고,
미장원에서 우아...우아를 강조하며 부풀려 놓았던 머리는, 그녀보다
키큰 사람의 어깨에 이리저리 헝클어 졌다.
으아!!!!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차마...차마...체면상...지를 수가 없어...
.꾸.욱.참.았.다.

그런데...아무리 참으려고 애를 써도 참을 수 없는 것이 있었다.
\'여기서?... 어떻게...그럴 수는... 없어!\'
그녀는 입을 앙다물고 참기로 결심했다.
그래 참자! 조금만 가면 ... 조금만 가면... 여기까지 생각했지만
더 이상 그녀는 참을 수가 없었다
드 디 어
힘이 잔뜩 들어간 오무리고 있던 허벅지를 벌리고,
오른손을 슬며시 히프쪽으로 가져가, 콜?ゼ에 조여 틈없이
붙어있는 오른 쪽과 왼 쪽의 엉덩이를 떼어 놓기 위해서 오른 쪽
엉덩이의 살을 한웅큼 움켜 쥐었다.
어느새 그녀는 기도하기 시작했다.
제발...소리없이 나와라...제발...
그녀는 숨막혀 질식사 직전에 있던 그 무엇을 위해 항문을 열었다
푸~~~우욱~~~~
으....아아...

뱃속이 시원했다 너무 시원해서 신음소리를 냈지만 아무도 듣지 못
했는지 저마다 붕어처럼 가뿐 숨 몰아쉬면서 제 자리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문제는...
냄새란 놈이 슬금슬금 코들을 향해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조이고 있던 항문을 푼지 1분이 채 되기 전에, 아니,
몇초에 불과했다.
옆에 서있던 사람들은 낯을 찡그렸고, 흘끔흘끔 옆엣 사람을
흘깃거리면서 손으로 코를 막았다.
모두들 이 냄새가 어떤 냄새인지 알면서도 선뜻 범인이 누구냐고
묻지를 못했다. 그저 저마다 자기는 아니라는 표시로 곁의 사람을
흘끔거릴 뿐이었다.
그것은 자신들도 피워본 냄새이고, \'누구냐\'고 묻는다는 것은
교양이 없는 물음이었기 때문이다.
그저 참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냄새가 스며들지 않는,
다른 곳으로 가고 싶어도 발 움직이기도 힘든 상황을 어찌하랴...
모두 그 고약한 냄새를 견디고 있었다.
그녀의 얼굴은 홍당무! 바로 그것이었다.
황당황당해서 홍당홍당스런 무!
그러나, 그녀는 기죽지 않았다. 그녀도 슬쩍 옆엣사람을 흘깃거리며
손으로 입을 덥고 낯을 찡그렸다.

\'어휴~~... \' 작게 중얼거리면서...
문제는 그녀가 쳐다본 남자인데,
그 남자의 낯빛이 빨갛게 달아오르더니 귀까지 벌게 지는것이다.
사람들은 그녀의 눈빛을 따라 그 남자를 쳐다봤고,
모두들 그 남자에서 멀어지기 위해 몸을 틀기 시작했다.
그 남자가 냄새를 피운 범인이라고 모두들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녀도 몸을 조금 움직이면서 그 남자로부터 돌아섰다.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아무리 \'생리적인 현상\'이라고 하더라도
얼굴에 철판을 깔지 않은 다음에야 그렇게 지독한 냄새를 무수한
콧구멍들이 있는 밀페된 전철 안에서 피운다는 것은 너무한 것이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보다 더 당당했다.
뒤에 서있는 그 남자에게 조금 미안하기도 했지만, 어쩌랴...
점점... 냄새는 많은 사람들 콧속으로 입속으로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각자의 사람들 몸에 스며들었고 몇 정거장을 지나치면서
열고 닫히는 문을 통해서 빠져나갔는지, 사람들은 어느새 냄새에
무감각해지고 있었다.
그녀가 전철에서 내릴때도 사람들은 저마다 길을 비켜주며 친절했고,
그런 모든 배려가 당연하다는 듯 그녀는 천천히
우아하게 전철 밖으로 나와 계단을 오르고 내려 개찰구를 빠져나와
5분거리에 있는 H호텔로 들어갔다.

우선 화장실에 들려 헝클어진 머리를 매만지고 간단하게
화장을 고친 그녀가 우아한 표정으로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서자, 기다렸다는 듯이
문쪽을 향해 앉아 있던 그녀의 친구는 손을 번쩍 들어 그녀를 반겼고,
그녀 역시 알았다는 표시로 손을 살짝 들어올려보이며 친구 곁으로
다가갔다.

얘 인사해 이분은 내가 말했던 * * * 씨,
친구의 말에 그녀는
--예, 말씀 많이 들었..........어어?요
지난 밤 꾸었던 멋진 꿈속 왕자님을 떠올리며 남자를 쳐다보던 그녀는
말끝을 흐리고 말았다.


이럴수가아... !
다시 봐도, 또 다시봐도....틀림없는 그 사람이었다.
에고머니나!!! 그녀는 쥐구멍이라도 있으면 들어가고 싶은
심정이었다.

아,.저 남자는... 저 남자는...
전철안, ..그 좁아터진 곳에다 지독한 냄새를 피운 범인이 나라는 것을...\'알 고 있 어.

그녀가 마치 고양이 앞에 쥐처럼 쪼그라든 채
어깨속에 머리를 쳐박고 물잔속에 눈을 담구고...

그녀가 낀 방구를 누명처럼 뒤집어쓰고도 한마디도 못했던 그 남자가
이맛살을 찌푸리면서 코를 막고 쳐다봤던
그 남 자? ....하며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데,

\"어머머! 둘 아는 사이세요?
더 이상 궁금해 못참겠다는 투로 친구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며 물었다.
그러자,
--아, 예. 조금전에 전철안에서요
기가막힌 향기로...저를 꼼짝 못하게 사로잡으신 분이죠.\'
하고 말하며
참, 묘한 인연이네요,,,,하며 그 남자는 혼잣말처럼 덧붙였다.

순간 아랫배에서 꿈틀거리던 아직 남아 있던 기체 덩어리가
요동을 치다가
꽉 조인
엉덩이 틈새
그녀의 살찐 자존심을 비집고 숨을 토하며 이제는 될대로 되라는 듯
푸~~~우~ 욱.. 진저리를 쳐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