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 순박한 바램
김밥을 잘 싸는 여자가 좋겠다
김을 살포시 펴고 적당히 여유를 두어 부풀린 밥으로
마치 이부자리를 깔듯하고
그 위에다가는 후라이팬에 조리한후
그녀의 손바닥 길이만큼 잘라놓은 온갖 재료를 얹는다.
분식집에서 파는 그것처럼 흔한 재료를 써도 좋지만
씹을수록 입안에서 쉽게 알아차리기 힘든
담백한 우엉 조림이나, 살짝 데쳐낸 시금치 모듬같이
잘 쓰지않는재료에 까지도 세심하게 배려한다면
보이지않는 곳에도 신경쓰는 여자가 틀림없다.
아님, 좀더 색다른 재료로 구미를 돋우는것도 좋다.
굳이 재료가 김이랑 키맞을 필요는 없고
그저 일렬로 늘어놓으면 된다, 어차피 썰테니깐.
밥이 은은한 향기를 머금고
김은 손 끝에 묻어날듯 말 듯 고소한 참길름옷을 입고
그녀는 새로운 것을 두려워 하지 않는
마음이 여유롭고 순수하다.
만일 내곁에 김밥을 잘싸는 여자가 있다면
오전 이찌기 함께 기차를타고 가을산으로 갈테다.
낙엽이 충분히싸인 공원에 앉아
주위에는 고기굽고 상추쌈 쌀지라도
나는 그녀의 오물거리는 입을 흐뭇하게 바라보면서
김밥을 먹을테다
소풍다녔던 시절
가방속에서 이것저것에 이리저리치이고 뒹굴어
찌그러져버린 은박 도시락에서도
비록 일그러졌지만, 탱탱할수 있었던
그런 김밥을 먹을테다
이런 김밥을 쌀 여자라면
분명 ?蹈?내비치진 않을테지만
어디에도 소홀하지않고
그렇다고 말 씀씀이가 헤프지도 않을
단단한 사랑이 있을테니깐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