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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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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 잘 먹으면 뭐하냐?


BY 1004bluesky1 2001-10-08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에 있습니다

 

  소중한 것은 늘 가까이에 있습니다

 
밥만 잘 먹으면 뭐하냐?

 

어느 날 문득 세월의 흐름에서

잠시 물러나 보니

예쁘게 포장된 채 살아가는

낯설은 제 모습을 만났습니다.

이게 아니라고

이런 건 결코 아니라고

고개를 흔들어 보았지만

이미 그 모습은 제 모습이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는 두꺼운 세월의 외투를 벗고 싶습니다.

짱가 노래에 흥분하고

열여섯 이후엔 나이 먹는 걸 잊어 버렸던

철부지 공주의 모습에 어울리는

진짜 가슴을 되찾고 싶습니다.

 

아이들의 생각과 글로 하루를 열면서

쌓여가는 내 가슴의 포장과

빗장을 열 용기를 얻었습니다.

 

저와 함께 가짜쥑이기를 하실 분

따스한 손을 내밀어 주십시오.

 

가짜 쥑이기는요?

가짜 쥑이기1. 일상에 숨은 가짜 찾아내기

가짜 쥑이기2. 동화에 ?g힌 내면 바라보기

가짜 쥑이기3. 영화 속 진실 찾기

가짜 쥑이기4. 노래 가사에 담긴 진주 찾기

가짜 쥑이기5. 우헤헤헤 하하하 웃음으로 가짜 날리기


저는요?

이름은 윤빈, 나이는 열여섯으로 고정

(그 이후로 떡국을 안 먹었으니까)

학교는 적당히 마쳤고, 우리말도 배웠고

하는 일은 아이들과 생각 굴리기

그리고 배꼽잡는 얘기 만들기

좋아하는 가수는 김건모, 조성모

노래는 물론 짱가,아시나요

 

음악은 무조건 다 좋아하고

문학은 가짜 빼고는 다 좋아하고

취미는 내 맘대로 글쓰는 거,

눈치 안 보고 노래 부르는 거

특기는 대회 나가서 딴 사람에게 양보하기

숨 안 쉬고 정신없이 말하기

아이들에게 썰렁 개그하는 거

 

내가 사는 이유는

세상엔 사랑할 사람이 너무 많아서

연필이랑 책이 있으니까

그리고 내 글을 읽어주는

예쁜 마음들이 있으니까

 

 

 

밥만 잘 먹으면 뭐하냐?


밥만 잘 먹으면 뭐하나?

  아이의 가방을 열다보니 시험지가 하나 뚝 떨어졌다.


 커다랗게 90점이라고 쓰인 시험지가 눈에 설다.

잘한다고 소문났던 아이가 이런 점수를 받아오니 조금은 실망스러운게 당연하다.

부모님 사인까지 해서 넣어두었다.


 저녁을 먹으며 그 얘길 했더니 그의 표정이 굳어진다.


 "90점 받아도 괜찮아!"


하면서도 여전히 표정은 어둡다.

아이와 아빠 사이는 엄마하기 나름이다는 친정 엄마의 말이 갑자기 생각나 내가 잘못 일러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날따라 저녁은 어찌 그리 많이 먹던지 아이는 계속해서 밥 더 줘를 연발한다.


 "엄마, 나 오늘 밥 잘 먹지?"


 "밥만 잘 먹으면 뭐하냐?"

 
 그의 핀잔이 날아든다.


 "누구누구가 100점 맞았는데?"


 "그건 절대로 얘기할 수 없지."


 그래도 자존심은 상하는지 밝히기를 거부한다.


 "나는 밥도 많이 먹고, 책도 얼마나 많이 읽는데, 그지 엄마?"


 "책만 많이 읽으면 뭐하냐?"


 놀림인지 핀잔인지 그의 퉁명스런 따돌림은 계속 된다.


 "시험 100점 안 맞아도 괜찮아."


 "맞아 엄마 왜냐면 아는 건데 실수로 틀렸으니까 그지?"


 "아니 실수도 실력이지 하지만 튼튼해야 공부도 잘하니까."  
 "나 오늘 다섯 그릇 먹었다 그지 엄마?"


 "밥만 잘 먹으면 뭐하냐."


 또 한 번 그의 핀잔이 날아든다.

그 말엔 아랑곳 않고 아인 연신 벙글벙글댄다.


 아이와 아빠를 번갈아 보며 누가 아인지 하는 생각에 웃음이 지나간다.

 

  밥만 잘 먹으면 뭐하냐?

 

    봄날은 간다 라는 제목만으로도 보러 가고 싶은 영화가 있습니다.

결국은 떠나갈 봄날이기에 더 아스라하고, 그리워지는게 자연의 섭리가 아닌지.

하지만 봄날이 없는 곳은?

여름만 있거나 겨울 뿐인 곳에서 그런 말을 한다면 우스운 일이 되겠지요.

결국 진리라는 것도 자신이 보고 있는 사계만이 진리라고 믿는 사람들의 또 다른 오류가 아닌지?

그들은 말하겠죠? 여름 속에서도 또는 겨울 속에서도 조금은 다른 봄날 같은 날이 있었을 거라고...

다음 칼럼엔 이 영화 얘기를 하고 싶군요. 많은 의견 바랍니다.

  밥만 잘 먹으면 뭐하냐?

 


  윤빈이의 칼럼 <가짜 쥑이기>로 가시려면 여기를 누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