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만
잘 먹으면 뭐하나?
아이의
가방을 열다보니 시험지가 하나 뚝 떨어졌다.
커다랗게 90점이라고 쓰인 시험지가 눈에 설다.
잘한다고
소문났던 아이가 이런 점수를 받아오니 조금은 실망스러운게
당연하다.
부모님 사인까지
해서 넣어두었다.
저녁을 먹으며 그 얘길 했더니 그의 표정이 굳어진다.
"90점 받아도 괜찮아!"
하면서도 여전히 표정은 어둡다.
아이와 아빠
사이는 엄마하기 나름이다는 친정 엄마의 말이 갑자기 생각나
내가 잘못 일러줬나 하는 생각도 든다.
그 날따라 저녁은 어찌 그리 많이 먹던지 아이는 계속해서
밥 더 줘를 연발한다.
"엄마, 나 오늘 밥 잘 먹지?"
"밥만 잘 먹으면 뭐하냐?"
그의 핀잔이 날아든다.
"누구누구가 100점 맞았는데?"
"그건 절대로 얘기할 수 없지."
그래도 자존심은 상하는지 밝히기를 거부한다.
"나는 밥도 많이 먹고, 책도 얼마나 많이 읽는데,
그지 엄마?"
"책만 많이 읽으면 뭐하냐?"
놀림인지 핀잔인지 그의 퉁명스런 따돌림은 계속
된다.
"시험 100점 안 맞아도 괜찮아."
"맞아 엄마 왜냐면 아는 건데 실수로 틀렸으니까
그지?"
"아니 실수도 실력이지 하지만 튼튼해야 공부도
잘하니까."
"나 오늘 다섯 그릇 먹었다 그지 엄마?"
"밥만 잘 먹으면 뭐하냐."
또 한 번 그의 핀잔이 날아든다.
그 말엔
아랑곳 않고 아인 연신 벙글벙글댄다.
아이와 아빠를 번갈아 보며 누가 아인지 하는 생각에
웃음이 지나간다.
봄날은 간다
라는 제목만으로도 보러 가고 싶은 영화가 있습니다.
결국은
떠나갈 봄날이기에 더 아스라하고, 그리워지는게 자연의
섭리가 아닌지.
하지만
봄날이 없는 곳은?
여름만
있거나 겨울 뿐인 곳에서 그런 말을 한다면 우스운 일이
되겠지요.
결국
진리라는 것도 자신이 보고 있는 사계만이 진리라고 믿는
사람들의 또 다른 오류가 아닌지?
그들은
말하겠죠? 여름 속에서도 또는 겨울 속에서도 조금은 다른
봄날 같은 날이 있었을 거라고...
다음
칼럼엔 이 영화 얘기를 하고 싶군요. 많은 의견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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