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큰댁에 갔다.
침대가 푹신해서 잠을 이룰수가 없었다.
우린 딱딱한 돌침대에서 자기 때문이다.
허리가 약한 남편을 위해 푹신한 매트레스는 삼가한다.
습관이 무섭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방바닥에 내려가서 잘까?" 혼잣말로 궁시렁 거렸다.
남편은 냉큼 대답했다. "응 그러지? 바닥에서 자! 그럼"
맘속으로 섭섭했다. "불편해도 그렇지! 무슨 바닥에서 자냐?"
그리 대답해 주실 바랬었나보다.
다음날 아침에
형님 내외분이 밤에 잘 잤느냐고 물었다.
어젯밤 내려가서 자라해서 섭섭했노라고 했더니...
한참 웃었다.
형님내외분도 간밤에 잠자리 시비가 있었단다.
늘 시숙은 침대에서 혼자주무시고
동서는 아래 방바닥에서 주무셨다는데
어젯밤 일이 있어 형님이 침대에 올라가서 잘려고 했더니.
"니 침대에서 잘라꼬? 우짜노? 좁을꺼 같다" 하시더란다.
쉰세대 우리부부와
예순세대 형님부부의
잠자리 시비가 다른 모양이다.
두 내외는 오랫만에 만나서 서로 유쾌하게 웃었다.
그뿐인가?
급히 출동하시느라 시숙이 면도를 안하고 나오셨단다.
형님(동서)을 나무라셨다.
"니는 와? 내 면도 안하는 것도 못봤나?"
"에구 당신 얼굴을 내가 언제 보고 사요?
당연히 알아서 할 줄 알았지!"
부부가 쉰을 넘어 예순에 도달하면 단둘이 살며 먹고 마셔도
서로 얼굴을 쳐다보지 않고 사는가보다.
그리고보니 나두 남편 얼굴을 들여다본 기억이 잘 안난다.
그저 옆에 있거니...
먹거니 자거니 나가거니 들어왔거니...그리 산다.
이래서 되겠나!
하루 한번이라도 얼굴 안 잊어버리게 들여다 봐야겠다.
그런데 참 이상도하지? 곁에 없으면 금방 허전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