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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아팠을까


BY 동해바다 2001-10-07

눈가에 눈물이 고여 있다.

인간으로 태어나지 못한 서러움이라서 일까.
항상 눈이 촉촉하게 젖어 있다.
혼자 남아 외로움을 탔을까 아니면 아파서였을까.
며칠간 떨어져 있다가 아파 있는 모습을 보니 안스럽기만 하다.

사람들은 말한다. 운명론을......
기구한 운명이라느니 오복을 타고 태어난 사람이라느니 하면서 삶의 잣대를 저울질한다.
아마 개들도 어떤 주인을 만나느냐에 따라 그들 운명이 정해지지 않는가 싶다.

우리가 초롱이와 연을 맺은 지 3년..
우리를 만나기 전엔 초롱이의 삶은 그리 평탄하지 않았던 것 같다.
내가 들은 바로는 병에 지쳐 돌아 다니다 동물병원으로 옮겨지고
여러 집을 전전하다 우리집에 오게 된 것이 3년 째이다.

요즘의 견공들은 사람보다 더한 대접들을 받고 산다지만 어디 있을수 있는 일이랴...
마지막으로 우리 집에까지 오게 된 초롱이는 아마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도 않을 것이다.
사랑을 받으면서 같이 살아 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워 하지 않을까?

하많은 세월을 살아 온 개.
요크셔테리어....순종...12년산...
나이가 12살이니 우리네 나이 반세기 이상을 살아온 나이이다.
가끔씩 놀다지쳐 헉헉대는 모습을 보면 불쌍하기 그지없다.

처음 초롱이를 보았을때 무척 초롱초롱한 눈망울에 영악스러운 모습이었다.
그 눈망울에 반해 이름을 초롱이라 지었다.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은 모습이지만 윤기잃은 털색에 많이 늙긴 늙었나보다.

많이 짖어대는 개일수록 겁이 무척 많다고 수의사로부터 들은 기억이 있다.
유난히 짖어대는 초롱이 때문에 곤혹스러울 때가 많았다.

몇년 전에 집을 비어둘 일이 있어서 병원에 일주일간 맡겨둔 적이 있었다.
집으로 데리고 와 보니 이상하게 짖질 않아 병원에 문의해보니 너무나 짖어대어 목이 쉬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유별난 강아지는 처음 본다고....

지금 초롱이 등에는 달걀만한 큰 혹이 나와 있다.
왜 그랬는지, 무엇을 어떻게 잘못했는지 모른다.

이틀간 집을 비워야 했기에 잠시 남에게 밥만 넣어 달라고 하고 우리
집에 놔두었었다.
나가있는 동안 전화가 걸려왔다.
강아지가 자기들을 너무 따른다며 데리고 외출해도 되냐고...

이틀후 집에 오니 초롱인 와 있지 않았고 늦은 밤 연락을 받고 남편은 초롱이를 데리고 왔다.
우릴보니 너무 반가워 이리저리 뛰어 다니며 좋아했다.

남편이 "어? 등에 혹이 올라와 있네" 하며 일그러진 표정으로 말했다.
만져보니 정말 큰 혹이 등 가운데 올라와 있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아마 시끄럽게 짖어대는 성격에 누군가에게 맞았나보다.
얼마나 아프게 맞았기에 그리 부어 올랐을까.
돌봐 준 사람에게 물어볼수도 있겠지만 괜시리 미안해 할 것 같아
그만 두었다.

부어오른 부위를 보니 불쌍하다.

회자정리라 했던가.
언젠가 떠나 보내야 할텐데 그때를 생각하면 맘이 쓰리다.
고통속에서의 헤어짐 말고 정말로 편안하게 잠들면서 고통없이
우리 가족과 이별을 한다면 그 이별의 아픔을 덜어 줄 수 있을텐데......

지금 이 시각....
초롱인 내 발밑에서 편안하게 잠들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