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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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콩장을 졸이며


BY 임진희 2000-09-30

시누이가 고추가루를 보내준다더니 며칠전 드디어 커다란 소포

를 택배로 보내왔다.열어보니 고추가루는 일년이나 먹을 만큼

이었고 마늘과 손수 담근 고추장 콩, 깨가 들어 있었다.내가 이

집안에 시집을 와서 시누이에게 이런 선물을 받기는 처음이었다.

시누이 남편도 직장 생활을 하는데 이렇게 마음을 써 줘서 고맙

기도 했지만 부담스러운 마음 또한 컸다.잘 받았다는 전화를 남

편과 번갈아 통화를 했다.작년에 산 고추가루가 아직 냉동실에

조금 남아 있는데 , 그리고 마늘도 조금 준비 해 놓았는데 이렇

게 보내줘서 잘 먹을수 있을것 같다.처음에 사양 했는데 주고 싶

어 하는 마음을 알고 받는것이 서로의 마음을 편하게 할것 같았

다. 이번 겨울 아버님 제사때 내려 갈때는 시누이에게 어떤 선물

을 해야 할까 생각 중이다.남에게 무얼 받으면 조금이라도 더 신

경을 쓰고 있는데 그런 점이 때로는 대인 관계에 불편 할때도 있

는것 같았다. 언젠가 앞집 아주머님이 우리집에 무얼 주고 싶어

도 항상 답례를 해서 못 주겠다고 농담처럼 하시는 말씀을 들은

적도 있었다.그것도 어쩌면 신세지지 않으려는 내 마음이지만 상

대에 따라서는 인간미가 없게 느껴지는지도 모르겠다.어쨋튼 오

늘 마늘씨는 까서 빻아서 냉동실에 넣어 놓으려고 준비해 놓았다

예전에는 배란다에 걸어 놓고 먹었는데 나중에 보면 반쯤은 썩어

버린 일이 있어서 통마늘 쓸것을 따로 남기고 나머지는 빻아서

비닐에 조금씩 담아서 넣어놓고 그때 그때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먹으니 버리는 것도 없고 맛도 별 차이가 나지않아 아주 요긴하

게 먹을수 있었다.김치 담글때도 한덩어리 꺼내서 냉장실에 놓

았다가 쓰고 있는데 아주 편리했다.요즘은 친구들도 모두 그렇게

하고 있는것 같았다.맛이 없을것이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지만

별로 차이도 없고 낭비 하지 않고 먹을수 있어서 좋은것 같다.

콩을 씻어서 콩장을 했는데 그 전에는 짐작으로 했지만 잡지에

서 보니 콩 두컵에 간장 반컵과 설탕 반컵 그리고 콩 삶은물 한

컵을 넣고 졸이라고 설명이 되어 있길래 지금껏 눈대중으로 졸

였는데 이번에는 한번 이대로 해 보자고 먼저 불린콩에 물을 붓

고 끓이다가 자작 자작 할때 분량의 설탕을 반쯤 넣고 간장을 넣

고 졸이다 나중에 나머지 설탕과 물엿을 두 스픈 넣고 졸이니 반

짝 반짝 맛있는 콩장이 완성 되었다.내가 눈대중으로 할때보다

간이 정확히 맞는것 같았다.요리 연구가들이 부단히 노력해서

만드셨을테니까 아는것이라도 한번쯤은 새롭게 해 보는것도 좋을

듯 싶었다. 이나이 되도록 콩장을 안해 보지 않았지만 비슷한 방

법이라도 약간씩은 차이가 있고 맛도 다를 것이다.당분간은 콩을

사지 않아도 될것 같다.사람사는 세상이라 좋은 일만 있을수 없

고 그렇다고 나쁜일만 있는것 같지도 않다.미움도 사랑도 어느

순간은 서로의 감정속에 녹아 내려서 그렇게 인정 하며 사는것

이 인생살인지도 모르겠다. 나 또한 남에게 상처를 주었을테고

나도 역시 살아오는동안 상처를 받았겠지만 이제는 점점 그런것

이 무얼그리 중요한가 때때로 반성하는 마음이 들어 될수 있으면

남에게 미운소리 하지말도록 내 자신을 채찍질 할때도 있지만 인

간인지라 바른말이 앞질러서 나가는 실수를 저지르게 될때도 없

지 않아 있다.그건 그렇고 시부모님 살아계실때 받은 이후로 이

런 선물을 받은 나는 왠지 고마우면서도 미안한 마음이다. 맛있

게 먹으면서 시누이의 또 다른 마음을 알게 될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