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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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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2탄


BY 찔레꽃 2001-10-06

남의 글만 보다가 처음으로 글을 올리고 난 뒤 명절 이야기가 있어서 다시 씁니다.
보통 고생 좀 했다는 사람들이 하는 말은 열두 권 소설로도 모자라는 인생이라지요. 불혹의 나이에 있지만 우습게도 나도 소설을 쓰도 한 질이 된다고 합니다. 추석이 지나고 친구들의 전화 첫마디는 '네가 부러웠다'였어요. 싱글이니까...
떠올리기도 싫을정도로 징그럽게도 일 많은 시집이었죠. 어쩌면 남편이50, 시집살이가 50, 그게 이유였어요. 착한 여자 콤플렉스가 있었지 싶어요. 그렇지 않고서는 그렇게 살 이유가 없는데...
몇 시간을 걸려 도착하면 냉장고에는 마늘만 몇쪽, 두 분이 도대체 무엇으로 살았나 싶게 텅 비었어요. 장보고 김치 담고 식혜하고(시~는 할 줄 몰라요) 새벽부터 허리 한 번 못펴고 일하고 다음날은 큰댁에 가서 일하고 다음에는 시~의 친정에 가서 일하고 다음날은 대손님(시~)을 맞아야하고 그러고 나면 쌓인 집안을 정돈하고. 가서 일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리 우리집에 손님 치룰 준비를 하고 가니 적어도 5일은 연속이었지요. 친정? 며느리가 어찌 가나요. 시~에는 선물이 10만원이라면 친정에는 겨우 반(그 집에는 그런 법이 있나봐요) 명절 전날 그 것만 전달하고 오지요.
사람이 기억력이 넘 좋은 것도 병이야요. 한 번씩 생각나면 아직도 화가 나요. 압권은 며느리가 수술 받기 전날이야요. 꼭 들르라기에 그래도 수술한다니 뭐라도 해주리라 생각했는데 식혜 만들라고 불렀더군요. 어린 자식 두고 수술 받아야 된다면 마음이 얼마나 ... 하랴 그런 생각은 없고. 난 그렇게 살아야된다고 참았다는 게 우리가 이때까지 받은 교육이라고 생각했어요. 나 싱글되면서 아주 과격(?)한 여성 운동가가 되었어요. 빈 말이라도 아이는 안된다가 아니라(그래도 안주니만)맡길까 겁내면서 시~ 제사지내야 한다더군요. 살아있는 며느리, 손주는 몰라라 하면서 어떻게 우리 아이더러 나중에 제삿밥을 달라고...
나 어차피 일부종사(?) 못한 몸이고, 조선시대처럼 남편은 작은 집에 있고 큰댁은 시~를 모시며 늙고 병들어 돌아오길 기다리랬는데 집 뛰쳐 나왔으니 착한 여자와는 거리 멀지요. 내 아이더러 제사 못지내게 한들 더 이상 나빠질까요.
오래된 친구가 그러대요. '무소의~'에서 세여자 중 제일 행복한 여자는 어떤 선택이든 자기를 위하고 자기를 사랑하면 된다고.
그 점에서 난 행복하지요.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다 했으니 난 미련없이 나올 수 있었고 우리 아이가 제일 자랑스러워하는 엄마 자리가 있으니...
홀로이든 명절에 고달픈 더블이든 자신에 충실하고 '내일'을 믿으면 무엇이 문제겠어요.단, CF처럼 "난, 소중하니깐" 자신을 사랑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