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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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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빨 하나가 내게 남긴 것!


BY 1song2 2000-09-29


지난 추석 내내 치주염으로 쑤시던 사랑니는 잇몸이 가라앉자

통증도 사라지고, 엉뚱한 윗쪽 사랑니 썩은 것을 오늘 뽑았다.

(열흘간 내게 통증을 제공한 이빨은 정작 무사하고, 그 윗 이빨

이 더 많이 썩었다는 것이다. 한 번도 아픈 적 없었는데, 언제

그렇게 썩었었지? 지혼자?)

어릴 때, 젖니 뽑은 후로 한번도 생이빨을 뽑은 적이 없었는지

라, 무지 겁이 났다.

스켈링받는 내내 겁에 질렸었고, 마취주사를 맞고 마취가 될 동

안 기다리면서도 무지 떨렸다.

친절한 간호사는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겁많은 내게, 충청도에

서 자라 대구에서 공부한 얘기, 예천이 고향이라서 경상도 사투

리를 다 알아듣는다는 얘기...친구처럼 대화를 나누었다.

이빨 심는 수술을 두 건이나 하고 내게로 온 의사선생은 얼떨결

에 아랫쪽 잇몸에다 마취 바늘을 꽂았다. 저번에 아픈 이빨을 뽑

는 줄 알고...

간호사와 내가 동시에 거부의 몸짓을 보내자 바늘을 빼서 다시

윗쪽 잇몸에다 마취바늘을 깊숙히 꽂았다.

정중한 사과를 거듭 받은 후에...

서서히 혀의 반쪽이 마비되기 시작했다.

혀가 뻣뻣해지는 것이 아무 감각이 없다.

이러다가 영영 아무 음식도 먹지 못하고 혀가 안풀리면 우야지?

겁이 나서 몇 번이나 입을 헹궜다.

드디어 마취된 것을 확인하곤, 이빨을 뽑았다.

내 귀에 들리는 소리는, '찌직'뿐...

정말 뽑는데, 1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뽑힌 이빨을 보니, 두 군데나 썩어서, 치료하려던 내 생각이 잘

못된 것을 알았다.



[신체발부 수지부모 불감훼상 효지시야-신체와 머리카락 피부

는 부모에게서 받은 것이라 감히 상하게 하지 않음이 효의 시작

이다]를 떠올리면서 치료하려고 했었는데...ㅋㅋㅋ

뽑힌 이빨을 뒤로하고 난 치과를 나섰다.

뜨거운 음식 먹지말라, 술담배하지 말라, 얼음찜질을 자주하라,

처방전 써주는 약을 먹으면 빨리 나을 것이라는 친절한 조언을

듣고...

멀쩡한 이빨을 왜 뽑느냐고 길길이 뛰던 나였다.

조물주가 인간을 만들때, 필요없는 것을 왜 만들었겠냐고...

나의 이론에 반대의견을 제시하던 사람이 하나 있었는데,

사랑니는 나중에 틀니걸 때 필요할까 천지 무용지물이라는 것이

었다.

나중에 할매되어 틀니 걸려고, 양치질도 어렵고 충치되기 십상

인 사랑니늘 꾹~ 박아(?)있었으니... ㅎㅎㅎㅎㅎ



내 것에 대한 미련과 집착이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썩은 사랑니 하나 뽑는데도 이렇게 미련이 많고 두려움으로 떨었

는데, 나중에 아들 실컷 키워 장가는 어떻게 들이나? 아까워서..

더 세월이 흐른 후, 누가 먼저인지 알수 없지만, 만약 먼저 나

의 반쪽을 보내야한다면 그 노릇을 어떻게 하며, 이 몸뚱아리 버

려야 할 때, 아까워서 어떻게 버리고 가려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