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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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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포바닷가 어느 여인숙


BY 후리랜서 2001-01-11

지금은 찾기가 힘들만큼 너무 멀리 떨어져 살고 있지만
나는 겨울날의 경포바닷가를 좋아한다.

처녀적 직장 동료들과 처음 발을 디뎠던 그 곳...
경포바닷가를 바로 코앞에 접하고 있는 그 여인숙.
문만 열어 제끼면 가슴에 순식간에 바다가 뛰어와 안긴다.

나보다 두살이 많은 언니.
예닐곱살 적은 동생.
그리고 나...

"양희은은 저리 가"랄 정도로 노래를 잘 부르던
그 동생은 나에게 자주 묻고는 했다.
"언닌 도대체 무슨 재미로 살아?"
술도 못 마시고, 노래도 못하고, 말수도 적은 내가
그 아이가 보기엔 아주 심심(?)하게 보였던가 보았다.

내 나이 스물여덟인가, 서른인가 했던 그 날...
난생 처음 술이란걸 입에 대 보았다.

마주앙이던가? 두 병인가를
가져간 코펠에다 부어라 마셔라
셋이서 공평하게 나눠 마셨는데,
술을 처음 마셔본 나는 너무나 말짱했고
언니라는 사람이 화장실 간다며 문을 나서다가
죄다 토하고 말았으니 참 이상한 일이었다.

그때 이후로 "술을 하면 무지 잘 할것" 이라며
모두들 나를 부추겨대지만, 지금도 가급적이면 술을 안
마시는걸 보면 이상한 기피증이 작용하는가 보다.
원래 술을 즐겨하는 사람이 우리 친정에 없다는것도
어떤 이유가 되는건가?

"구름탄다"란 경지를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그때 경험을 했으니...

화장실을 향해 발을 내딛는데
발이 순간 "부~~~웅붕" 하늘로 솟는듯 싶은게
한발짝이 마치 천리길만 같았다.
구름 위를 노니는 신선이 이런 느낌일까? 도 싶었다.

"어마야! 이상해"
한밤중에 세 여자가 화장실을 가다 말고
주저앉아 "꺄르륵꺅꺅" 눈물나게 웃어제꼈으니
달밤에 체조가 따로 없었다.
아주 아주 나중에서야 "아!그게 바로 갈짓자였구나?"란
생각이 들어 혼자 또 얼마나 키득거려야 했는지...

가던 날이 장날이라고 그날이 보름이었던가?

휘영청 떠오른 보름달 아래 물결이 몸을 뒤척이고 있었다.
누군가가 은색종이를 잘게 부셔 바람에 날리고 있는듯한
착각이 들었다.

누가 파도를 철썩거린다고 표현을 했던가?

나는 그날 밤 질리도록 들리는 파도 소리에 아예 뜬 눈으로
날을 지새야만 했었다.

"우르릉 쾅쾅!!!"
새삼스레 비가 내리는것도 아니었다.

"우르릉 쾅쾅!!!"(아! 말의 답답함이여!!!)
마치 거대한 우주가 쉼없이 회전하며 내 지르는것 같은
그 괴성(?)에 내 귀가 머는줄 알았다.
결코 "쏴~~~아아 철썩" 이 아니었다.

서울에 살때는 결혼을 하고서도 자주 그곳을 찾았건만
지금은 좀 멀리에 있는 경포바다...

추억 속에라도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차암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