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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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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이야기 (첫번째)


BY 리아(swan) 2000-12-28

먼지투성이의 색바랜 검은 점퍼의
아저씨는 한가닥도 제대로 누워있지 않은
뒤엉킨 머리칼을 얹고서는 지하철 개찰구를 연신 두리번거린다.

기회를 포착했는지 개찰구를 성큼 올라서더니
단숨에 훌쩍 뛰어 넘어선다
뒤따르는 내게 무임승차는 이렇게 하는거야
으시대기라도 하듯 한마디 내?b는다.
[나 외상이다. 이담에 돈 많이 벌면 다 갚아줄께]
개찰구를 보고하는 말인지 자기를 보고 눈살 찌푸리는
사람들을 향해 하는 말인지 알수가 없다.

그리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지하철 계단을 도망치듯 내달린다.
다행히 그가 지하철 계단을 다 내려가도록 지하철 직원은
눈에 띄지 않았다.
어느누가 들어주는것도 아닌데 그는 계속 주절주절
알수도 없는 말들을 내?b으며 잠시도 가만 서있지 못하고
이리저리 왔다갔다 주위 사람들의 시선을 어지럽게 한다.

신호음이 들리고 지하철이 미끄러져온다.
동작은 잽사게 지하철이 서기가 무섭게 내리는 사람사이를
비집고 들어간다.
뒷 문짝에 기대 앉아 자리를 잡은 아저씨는 자신의 비닐봉지를
뒤지더니 먹다만 막걸리병을 꺼내고 스낵봉지까지 펼쳐놓고
텁텁한 그 냄새를 풍기자 그 아저씨의 주위는 자신이 누워도 될만큼
자리가 여유로워졌다.

마치 자신의 앞에 대작할 사람이 있기라도 한것처럼
주거니 받거니 꼭 모노드라마를 보고 있는듯하다.
신기하게도 그렇게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지하철이건만
어느 누구도 그의 뛰어난 드라마의 장면을 눈여겨 보아주는
이가없어 그는 외로운 연기를 혼자 할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