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에도 몇번씩 기습 폭우가 내리는 며칠간.
그 비의 내력을 생각해보며 다소 이 방과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지난 몇주간의 일지를 정리 해 본다.
sj를 기다리는 사람
혹은 근황이 궁금한 아컴식구들이 있기나 했을까?
오랜 기다림의 역작(?)이 유쾌하지 못해 머리 조아리고
하기야 사는 일이 어찌 웃음과 평안 뿐이랴.
결론부터 꺼내자면
손위 동서가 세상을 떠났다.
폐암선고 8개월만에 한많은, 말 그대로 한많은 세상을
순종하며 살아온 일생처럼 조용히 마감했다.
평생 부업을 손에서 놓아본적이 없었던 마디 굵은 손
그 댓가로 할부로만 사들여야했던 그 가전제품들
해 묵은 지로용지 영수증들
아이들 학원비 영수증
학년별 교육회비 영수증
전월세 매매 계약서
가해자와 피해자의 이름 선명한 합의서등
그녀의 고단함
때로의 열정(자식)
한바탕 나락이었을 사건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리고 막내동서인 내가 보낸 첫 편지까지
그리고 정확히 열흘 후
시아주버니도 형님의 뒤를 따랐다.
살아생전 모질고도 냉혹했던
그녀 삶의 한축이었던 그도 세상을 떠났다.
술 술 술....술이 웬수였던
모든 선행과 역할도 술한잔으로 맞바꿈하고 말았던 어리석음
그녀의 묘자리가 틀을 잡아가고
하늘이 가까워지듯 봉분이 쌓여져가는 그 순간에도
그는 슬픔을 핑계삼아 술을 마셨다.
그리고 며칠 후 보고싶어 못살겠다고
몸부림치다 그녀가 묻힌 고향을 찾아
쇼크와 겹친 심장마비
사람들은 말을 한다.
-지겨운 사람 빨리도 따라온다 하겠지
-남은 애들 고생 시킬까 마누라가 데려간겨
- 그나마 동정받고 떠날 타이밍정도는 아는 사람이야
-영정사진 좀봐, 한잔 걸치고 찍은거 아녀
죽음 앞에선 누구나 너른 용서가 가능하다.
하지만 그 앞에선 달랐다.
허무와 원망, 석연치 않은 마지못한 용서
그리고 또 며칠간 그들의 집을 말끔히 치웠다.
구질구질하지만 사는 동안의 그들만의 흔적들이
소박하게 얼굴을 드러내고
남은 이들의 새 삶과 편리를 위해
그것들을 과감히 들어내고 칠하고 감추고
여름한낮 땡볕보다 더한
지금 이 순간을 사는 이들의 열정이
조금은 선하고 아름답고 인간답기를 간절히 바라며
나의 묘지송이 추하지 않고
그저 평범한 작별인사에 그치길....
요즘 며칠간의 기습 폭우
혹시
맺힌 무엇이 있거든
울컥울컥 다 뱉고 마알간 하늘 가슴으로 거듭나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