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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녀 1인당 출산 양육비 1억 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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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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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낌으로 ...... 쓰는 꽁트 둘.


BY persia 2001-07-23

전화가 왔다.
같이 가야할 곳이있다고 오라신다
늘상 그렇듯이 이쪽 형편은 아랑곳 없이
"오너라..!"
그게 끝이다.
무슨 일 땜에,
어디를 가야 한다는 아무 설명도없다.
물어보믄 되레 의상이든 뭐든
귀찮게 챙겨야할것들이 생길까봐
물어보지않고 그녀 역시 그냥 간다.

아들만 셋. 그리고 말수없는 그의 아내.
13살에 일본 건너가서 요즘 시셋말로 그시대에 조기 유학을 하신분이다
그에반해서 전형적인 시골아낙으로 소학교도 다니는둥 마는둥
글도 겨우 깨우치신분이 아내이자 그녀의 시어머니이시다.
당연히 대화가 될리 만무한일.
아는 지식을 쏟아 부을곳이 없어 집에서는 늘상 외로우셨고
아들 세놈들은 지들대로 바빠 부모는 안중에 없던터에
똘망하게 생긴 맏며느리가 들어 오니
젤로 신나 한 분이시다.
밥먹을 때도 큰아들 보다 딸처럼 옆에 앉게하시고
모임이나 산책갈 때도 옆에 동행하자 하시고
좋은 책읽고 나시믄, 보라하시며 건네주시고
게리쿠퍼(서부극에 나오는미국배우)와 케인즈(경제학자)를 동시에
엮어가면서 젊은시절 그때를 회상하시곤 했다.

생각이 늘 반듯하시고
사리판단이나 경우가 분명함은 물론이고
젊은 사람 못지않은 진보된 사고방식을 가진분이셨다.
삶의질을 생각하시며 팔순이 가까운 연세에도 늘 공부를 하셨었다.
그런 시아버님을 모시면서 그녀는
때로는 눈치없음에 짜증도 나고
때로는 왜 그녀만 귀찮게 하시나 원망도 했었지만...
그녀 자신을 게을리하지 않게 되는 본보기가 되어서
그녀 또한 늘 뭔가를 배우게 되었었다.

살믄서 시집살이가 힘들어 보따리를 살려고 했었다.
그럴때마다 남편보다도 먼저 시아버님이 늘상 먼저 오셔서
그녀의 손을 잡으시면서
"며늘아,,! 나를봐서 봐주믄 안되겟니..?
나 같은 사람도 있잖느냐..?
니 시어머니랑 난 평생을 이러고 사는데 ...
날봐서 봐주려무나..."
말한마디에 천냥 빚을 갚는다고
그녀는 아무 말없이 묶었던 보따리를 풀고 하기를 세번이었다.
말도 안되는 시어머니의 투정과 생트집을
인내하며 속으로 삭히느라 사리가 생길 정도였다
남편이 알아주고 고마워 해주니 푸념 할 처지도 못되었다
방법이 없었다
똥배짱으로 밀고,
넉살로 넘기고,
"어머님 연세 드시믄 나랑 사셔야 할텐데...
구박받으시믄 어쩌시려고 그러세요...??? ^.* "라고
가끔 농담처럼 협박까지 하믄서
나름대로 대처 방법을 ?아 이겨나갈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시어머니를 조금씩 체념케 하면서 견뎌나오곤 했다
동서들은 그녀더러 용타고 했다
늘상 그녀 등뒤로 숨어서 시어머니를 잘도 피해 다녔다
그런 동서들에게 어쩜 그리 잔모리들이 좋으냐고 하믄
동서들은 낄낄대면서 웃어대곤 했다.
마음을 비우니 속에 캥기며 남아서 모이는게 없었다
스스로 무딘 돌멩이가 되어가는 그런 기분으로 살았다
말해도 소용없는 맏며느리에게
시어머니는 차츰 포기하믄서 내가 졌다고 항복을 표시 해 왔다.
시어머니의 그런반응에 그녀보다 그 시아버님이 더많이 기뻐하셨다.
둘은 그런 거국적인 동지애가 있는 시어른과 며느리사이였다.

그러던 어느 날
팔십평생을 병치레없이 건강하시던 분의 신체에 이상이 생겼다.
암이었다
팔십 나이에 암이라니..?
모두들 체념부터 해 버리는 것이 아닌가...??
고이 가시게 칼대지말라는 충고와 더불어 ......
그럴수는 없는 일.
길을 ?아보기로 했다
백방으로 알아보고 뛰었다
남편에게 의논해서 서울로 모시고와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
혈액에 특이한 E형 항체가 있어서 수혈할 혈액 구하기가 힘든다했다
의사 선생님의 걱정을 들으신 아버님이 혈액형을 물으신다.
아들은 A, 그녀는 같은 B.
B라는 말이 채 떨어지기도전에 댐방에
" 에미야 니 피 뽑아서 날다오"
" 니피 뽑아놓고 가거라 " 라며 거듭 다짐을 하시는게 아닌가
정색을 하며 다구치는 그 표정이 피를 안주믄 당장 돌아 가실것 같은 다급함이 보인다
딱해서 보기 민망할정도로.....
아이들 땜에 집에 잠시 내려올려고
전화로 항공권을 예매하고 있는 그녀에게
집에 가기전에 피 뽑고 가라고 당부에 당부를 잊지않으신다.
다른사람 피는 믿을 수 없댄다.
같은 B형이라고 무조건 되는것이 아니라고 설명해도 막무가내시다
에이즈가 있을지도 모르고 끼꺼우시다고
그녀의 것이 아니믄 수혈 안 받겠다신다...???
의사선생님은 물론이요 수간호사까지 웃느라 난리다
간호사실에서는 그일로 하루 웬종일 웃음바다가 된 것 같았다

병을 앓는 한일년 사이에 정신이 가끔 오락가락 하시는 것은 물론이고
횡설수설 넘 힘들게 하시는터라 정신이 반쯤 빠져버린 그녀였다.
깔끔하셨던 그 메너가 정신없는 노인네로 변하는 통에
적응이 안된 상태에서
가뜩이나 힘들고 마음아파 눈물이 날려고 하는데
어쩌면 수술 도중에 돌아 가실지도 모른다는 말에
가슴 한구석에 바위 덩어리 하나 달고 있는 것처럼 무겁기만한데
그녀의 혈액이 아니믄 안되겠다시니... 그녀도 웃고말았다.
의사 선생님의 노력으로 같은 류의 혈액을 어렵사리 구하게되었다.
할수없이 그녀의 혈액을 채취했노라 거짓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그녀의 팔뚝에 채취한 자국이랍시고
주사바늘로 찔러 보여주고서야 해결 될수있었다.

?꼬?대한 집착이란게 결코 웃을수 만은 없는 서글픔이 있었다
죽음앞에 두렵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으랴마는
병으로인한 정신의 쇠약해짐.
무너진 마음의 질서가 그녀를 황당케 하곤 했다
한사람의 풍부했던 정신세계를 저렇게 황폐하게 할 수 있는지...?
오로지 먹는것과 사는것에만 단순히 매달리시는 거였다
돌아가신다는 그말 보다 정신의 헛갈림이 그녀를 더 안타깝게 했다.

수술을 했다
경과가 아주좋았다
십년은 느끈히 견디고 사실수 있다고 했다
90까지만 사신다면야...?
네시간여의 수술시간 뒤에 마취에서 깨어나자마자,
아내 이름도 아니고 아들 이름도 아닌,
"에미야..! " 하면서 며느리를 불러 대신다.
다행이다라는 생각으로 바라보니 시선이 많이도 맑아지신것 같다
잠시 기뻐서 눈물을 찔끔 거리는데,
반듯한 정신이 약간은 돌아 오시나 보다.
"네가 날 살렸구나.. 고맙다 !
많이도 살았는데 에미 덕분에 더 살려나 보다.."
하시는 눈가에 물기가 흐르고 있었다.
"아버님 건강해지셔서 퇴원하시믄 전보다 에미를 더많이
시집살이 시키시고 귀찮게 하실것 같아서 걱정인데요
집에 내려 가시믄 좀 편하게 해 주실련가 몰겠네요"
"아니다 절대 귀찮게 안하마 믿어라. 약속하마." 그러신다
"절대 못 믿지..." 라며 작은 소리로 혼자 중얼거리니
그녀의 남편이 그녀를 쳐다보믄서 키득키득 웃는다.


전화가 왔다.
오늘도 변함없이,
"에미야 같이 갈곳이있다 오너라..! "
그러고 끊어 버리신다

정확한 느낌으로 ....
그녀의 아버님은 아마도 그녀 보다 더 오래 사실것 같어......
그녀가 먼저가고 말꼬야 !
아마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