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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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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짜로 그대가 미워지면... ◇


BY 베오울프 2000-11-23











◇ 진짜로 그대가 미워지면... ◇

뜨거웠던 연애시절은 어느새 꿈만 같은 여고시절처럼 후딱 지나가 버렸다.

퇴근하기도 전에 문밖에서 빵빵 소리 내면서 기다리던

같이 있질 못해서 안절 부절하던 조금이라도 더 오래 통화 하고파서

전화를 끊지 못하고 머뭇거리던

어디 식당에 메뉴가 맛있으면 거리가 멀어도 꼭 데려가 먹게 해주던

군에 있을때 부터 애인이 생기면 주고프다던 목걸이를 첫눈오는날 선물해주던

이쁜옷있으면 얼른 사서 선물해주던

쉬는날 기다려서 섬진강에 낚시대 던져서 고기잡아주던

눈오는 퇴근길 자전거로 씽씽 태워다가 집앞 대문앞까지

안전하게 바래다 주던 그 멋진 남자가 이젠 영감으로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새 부터인가 젊고 매력넘친 그 남자가 내눈앞에

영감님의 모습으로 보이기 시작한지 몇달

이게 살면서 남들이 말하는 권태기란건가 보다

그가 하는 행동하나 하나가 그가 던지는 말투하나 하나가

머리끝 자락에 있는 신경세포을 건드리기도 한다.

내가 너무 상대에게 기대고 의지하려는 걸까?

자꾸만 내게 더 따뜻한 눈길과 부드러운 말한마디를

기다리는데 그 또한 내게 매력이 식은건지 한마디

던질때 느껴오는 가시섞인 말투가 내마음을 찌르고 있다.

미운사람 ... 자꾸만 내게서 멀어져 가는 느낌이 든다.

난 그에게 무엇을 해주고 있는가?

늦은밤 친구들과 있으면서 같이 술마시자고 나오라고 해도 웬지 가기가 싫다.

잠자리에 누우면서 팔베게 해준다고 부르는 팔베게도 싫다.

나또한 그에게 해주는것도 없이 마냥 바래기만 하는 욕심쟁이 내가 싫기도 하다.


내가 왜그러는지 나도 모르겠다.

이유도 없이 그가 미워 죽겠다.

부드럽게 해도 투덜대도 상냥해도 고함을 질러도

그 모습이 다 싫어진다. 변덕쟁이 같은 내성격도 오늘은 싫다.

이보다 더 미워지면 난 그때 어떻게 해야하지..

이런 감정이 권태기라면 이 권태기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하는걸까?

진짜로 진짜로 그가 미워지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하지?

우~~~~~~ 힘들다.


결혼사진속에 두 주인공은 마냥 행복해서 미소짓고

있는데 10년이 다 되어가는 이순간 바라보니

그 미소가 어디로 사라지고 없다.

이시기가 지나가면 난 또다시 헤헤 하면서 웃고

언제 내가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했을까 하고 예전으로 돌아가겠지..

결혼 사진속에 들어가 잠시 그때의 행복했던 순간을 만끽해 보고싶다.

오늘밤에 이사진 꺼내놓고 둘이서 다시 그때일 기억이나 해볼까?

내게서 더이상 멀어지지 말라고 꽉 껴안아 줄까!

못마시는 소주한병 같다 놓고

" 당신 왜 자꾸 미운거야 ?" 하고 큰소리 뻥뻥 쳐볼까?

살면서 이렇게 남편이 미워지기는 처음이다.

오늘 밤에는 그와 데이트 하던 사진이나 꺼내놓고

그와 행복하게 지냈던 추억속으로 여행이나 해봐야겠다.

그가 내게 주었던 사랑 이제는 내가 다시 그에게 주어야 하나 ...

진짜로 그대가 미워지는 날은 오지 말았으면 좋겠다.

내눈에 보이는 영감이 다시 매력넘치는 남자로 보였으면 좋겠다.

진짜로 그대가 미워지는 날이 내게 오지 말아달라고 말하고 싶다.



2000년 11월 22일 수요일

지리산 아낙네 베오울프.